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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빛/캠프

[지리산 캠프 당일-2] 은정쌤표 어묵탕과 진숙이쌤표 김치찌개로 든든한날~

 

 

 

 

  2일 날 5월 2일의 아침이다. 다들 3일 날도 아닌데, 지쳐 일어나지 않는다. 몇 몇이 일찍 일어나는 성격인지 일어나 있었지만, 아무도 식사준비를 하고 있지 않아 나는 야채를 꺼내고 비엔나 소시지와 동그랑땡을 꺼내 잠시 명상에 잠겼다. 야채를 다듬어두고 다시 냉장고를 열어 어묵탕 세트를 꺼내고 또 명상에 잠겼다. 살짝 남아 있는 잠기운에 나는 나 혼자 아침을 할 수 없다는 결론내리고 선생님 방으로 갔다.

 

  선생님 방에는 진숙이 쌤과 은정쌤이 계셨다. 어묵탕을 집에서도 자주 해 드신다는 은정쌤은 빨리 너희들에게 맛있는 아침을 주겠다며 가위(!)를 드셨다. 은정쌤에게는 가위는 만능이었다. 비엔나도 굽는 동시에 즉석으로 자르고, 어묵도 일정한 크기로 잘랐다. 역시 칼 보다는 쉬운 놈(?)이었다. 남자 방에서 동욱이 오빠가 동그랑땡을 굽고 여자 방에서 은정쌤이 어묵탕을 끓였더니 비몽사몽 여자 방으로 몇 몇 들어왔다.

 

  원래 식사당번은 그래도 시켜야 된다며 상차림을 시켰고, 나의 긴 명상과 달리 순식간에 아침이 차려졌다. 어묵탕은 그 짧은 시간안에 만들어 졌다고 생각이 안 날 만큼 맛있었다. 내가 어묵을 정말 좋아해서 그런지 어묵이 내 입속으로 빨려가듯 들어갔다. 다들 맛있게 먹었고 준비를 안 한 식사조는 대신 설거지를 하게 되었다. 식사조가 뽀득뽀득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나는 휴야림의 아침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계곡도 보고 다리도 건너고 진숙이 쌤과 같이 간 산책길에서 좀 더 걸으며 지리산의 상쾌함을 맛보았다. 시원하게 산책을 하고 왔더니 어느새 설거지가 다되어가 나는 그릇을 닦는 일을 도와주었다. 그렇게 2일 아침식사와 설거지가 끝나고 첫 일정 보물찾기를 시작하였다. 보물찾기는 우리가 잔 휴양관 2층에서 바로 시작되었고, 끝은 오늘 체육대회가 있는 운동장 근처와 한지체험관까지였다. 나는 의지를 불태우며 신중하게 찾았다.

 

 

  남해 캠프 때도 보물찾기를 한 경험이 있다. 그 때는 워낙 많아서 아무리 찾아도 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거의 60개 정도만 숨겼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시작도 전에 다 찾을 수 있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내 방에 있는 물건 찾는데도 능력이 없어서 누구보다 빠르게 갔고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오면서 눈 빠지게 땅을 훑었지만 5개 밖에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아마 보물찾기에 도인이신 미나언니와 성언이언니 때문이랴 정확히 몇 개인지 모를 만큼 수북하게 손에 쥔 것은 노란색 종이들이었고, 다행이도 둘 다 같은 팀이어서 그렇지 정말 보물찾기 요주의 인물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벌칙도 많고(?) 당첨도 많아서 우리는 그 결과 벌칙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 다녀야 했다. 그래도 당첨이라고 외치는 순간이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리들이 보물찾기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진숙이 쌤이 김치찌개를 하신다고 한다. 삼겹살을 볶고, 김치를 송송 썰며 김치찌개 특유의 향이 여자 방에 퍼졌다. 원래 김치볶음밥이었던 2일 점심식사는 우리가 이루어 내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캠프를 와서 처음으로 먹는 조미료無의 맛있는 음식이었다. 아침에 남은 어묵탕까지 마저 먹은 뒤 우리는 깨끗이 설거지를 하고 체육대회를 준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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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대회는 여러 개의 게임이 준비되어 있다. 복불복 게임, 범인 찾기, 림보, 세발뛰기, 2인 피구.. 하지만 2인 피구는 공을 숲으로 날려버린 탓에(ㅠㅜ) 어쩔 수 없이 물 건너갔고, 첫 순서로 복불복 게임을 했다. 복불복 게임은 준비부터 대단했다. 일단 활동조는 일반 소금과 맛소금을 탈탈 털어가며 많은 양의 강력한 소금물을 만들었다. 짠 맛에 강한 사람도 순간은 참으나 뒤가 안 좋다고 말할 정도이다. 신명나게 젓가락을 젓는 형욱이 오빠의 뒷모습이 정말 악랄해 보일 정도이다.

 

  그렇게 준비된 복불복 게임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와사비가 들어간 미니 김 주먹밥과 롯대센드 vs 일단 롯대센드와 미니 김 주먹밥

2. 소금물 vs 일반 물

3. 레몬 먹기

4. 미션 수행하기

 

  간단하게 보이지만 운이 안 좋은 사람은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나는 게임을 하기 전에 생각을 했다. 소금물이나 레몬은 참아도 와사비는 못 참겠는 걸?...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매운 것을 정말 못 먹기 때문이다. 연어를 먹으면서 와사비를 과하게 먹은 적이 있는데 연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가 뚫려 하늘로 승천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와사비의 강력함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나의 우려와 함께 각 조의 순서를 정하고 복불복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1번 타자가 뛰어가고 나는 그 장면을 찍으면서 나에게 올지도 모르지만 왠지 재밌어 보였다. 와사비를 먹고 분노의 발길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소금물을 순간 뱉는 사람, 레몬을 먹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 미션 수행하느라 조들을 찾는 사람들로 레이스가 반쯤 난장판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모두 다 걸리고 어떤 사람은 한 개만 걸렸다.

 

  나는 정말 다행이도 와사비는 넘어 갔고 소금물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퍽퍽한 과자를 넘기는 물로 생각하자! 하며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순간 꿀꺽 삼켰다. 결국 뒤에 짠맛이 올라오는데 신 레몬을 먹으면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미션까지 성공하면서 복불복 레이스는 끝이 났다. 한 조가 힘을 합쳐 즐겁게 놀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다음은 세발뛰기이다. 비록 여자에게 불리하지만 기록을 세우며 앵콜 뛰기까지 했을 만큼 은근 재밌었다.

 

 

  세발뛰기는 말 그대로 멀리뛰기를 업그레이드 시킨 게임이다. 이번에도 순서를 정해 차례대로 뛰었다. 다들 같은 조 다른 조 상관없이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더불어 즉석 생중계를 하는 은정쌤, 혜인쌤, 동욱이 오빠로 더욱 즐거워졌다. 1등은 진환이 오빠로 정말 운동신경이 좋은가보다. 나로썬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길이를 뛰는데 앵콜 뛰기까지 했다. 조 상관없이 기록을 넘기 모두들 바랬을 것이다.

 

 

  다음은 범인 찾기이다. 한 조가 초콜릿과 마늘을 각자 나눠 먹고 다른 두 조가 마늘을 먹은 두 사람을 찾는 게임이다. 한 순간에 먹어서 정말 누가 마늘을 먹었는지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지 않는 한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만큼 눈치가 없구나 싶어 나는 열심히 눈치만 보았다. 우리 조가 할 때 나는 자진해서 마늘을 먹겠다고 했다. 마늘을 좋아해서 먹겠다고 한 것인데, 막상 먹으니깐 보통 마늘보다 더욱 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는 마늘냄새가 입에서 없어지질 않아 수 없이 물을 마시고 양치를 해야만 했다.

 

 

 

 

  쉬는 타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였다. 조별 경쟁과 상관없는 게임이었다. 다들 웃고 떠들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같이 점프 사진도 찍었다. 나에겐 점프 사진을 찍는 것처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싶은데, 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뛰니깐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라는 오기와 함께 굉장히 여러 번 찍었다. 그 중에서 좋은 사진을 보니 시간이 지나고 계속 기분이 좋아진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다음으로 마지막 게임 림보를 하였다. 그 순간 조 별 상관없이 모두들 오기에 줄이 낮아질수록 안간힘을 내며 림보에 성공을 하였다. 나는 내 허리와 가슴 사이까지 정도까지 할 수 있었는데, 몇 사람은 마치 폴더가 접힐 듯 말 듯 허리를 휘어 여유롭게 림보에 성공하곤 했다. 나는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감탄을 하며 내 못난 유연성에 한탄을 하였다. (남자보다 유연성이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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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대회를 정말 열심히 뛰고 우리는 여자 방에서 과자를 뜯으며 간식을 먹었다. 사람들이 듬성듬성 와서 뒤에 오는 사람들은 조금 밖에 먹지 못하거나, 남아 있는 한 과자만 먹었다. 먹성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소빛이다. 삼겹살 파티를 하기에 아직 시간이 남아 선생님과 몇 사람은 그릇 정리에 들어갔다. 우리는 총 4개의 방을 빌렸는데, 식사를 모두 여자 방에서 한다고 접시를 이리저리 옮겼더니, 원래 그 찬장 안에 있는 그릇 수와 달랐다. 그래서 그 수에 맞추어 이리 저리 옮겨가며 그릇을 정리해 나갔다.

 

  방이 4개나 있어서 꽤 힘들고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숙소를 나가야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예의고 도리라고 본다. 접시를 모두 정리하고 우리는 우리가 가져온 접시에 호일을 꽁꽁 싸매고, 냉장고 안에서 관리를 못해 안타깝게도 반 쯤 시들어진 채소를 다듬고 씻으며 삼겹살 파티를 준비해 나갔다.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삼겹살 파티 시간 오는 구나 싶었다. 역시 삼겹살 파티 때 사진이 가장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 준비를 모두 마친 우리들은 휴양관 바로 앞 벤치로 갔다.

 

  원래 야영장이 있는데, 요즘 산불로 인해 야영장에서도 조차 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이 휴양관 앞에 있는 벤치가 허용이 되어 거기서 삼겹살 파티를 하도록 하였다. 두 벤치 위에 가스버너와 불판, 접시, 캔 콜라, 채소 등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모두가 모여 파티가 시작되었다. 삼겹살은 노릇노릇 구워지기 위해 불판 위에 올라갔고 우리들은 시선을 고기에서 땔 수가 없었다.  

 

 

  은은한 불빛에 맛있는 삼겹살을 상추와 버섯으로 곁들어 환상의 조합으로 탄생시켰다. 역시나 다들 먹느라 소리도 없고 조용하게 오로지 고기에 집중을 하였고, 고기를 찍는 나는 괜히 아늑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위는 밤인데 작은 불빛 사이로 고기가 보여 더욱 그런가 보다.(치..침이..) 역시나 남자들은 고기를 진공청소기마냥 빨라 드렸고, 워낙 빨리 먹은 바람에 선생님들은 굽기를 그만하고 고기를 드실 수 있게 되었다.

 

  뒤에는 삼겹살과 김치를 같이 볶아 더욱 맛있게 먹었는데, 이를 찍은 사진이 삼겹살 파티의 베스트라고 나는 본다. 그렇게 한껏 포식을 하고 몇몇 조금 자거나 몇몇은 여자 방에 다시 모여 게임을 하였다. 그리고 역시나 야식을 빼 놓을 수 없었는데, 수 없이 본 라면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체육대회로 인해 고갈된 체력을 삼겹살로 가득 채우고 거의 4시까지 자지 않다가 나는 몇 시간 눈을 감았다.

 

  2일은 우리가 짠 일정에 정신이 없었지만, 재미도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 우리가 준비했다는 것에서 왔다고 본다. 지금도 다시 복불복 게임이 하고 싶어 그때의 기억을 잠시 떠 올려 보았는데,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레몬을 와구와구 먹었던 기억에 나는 괜히 침에 신 맛이 나는 것 같다. 역시 체육대회와 특히 삼겹살 파티는 없으면 매우 서운하고 심심할 것 같다. 삼겹살 파티 포에버~

 

지리산 캠프 당일 - 3은 다음 게식판을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