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희/HiJ] 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합천편 두 번째 - 남명의 탄생

인턴쉽/친구들 2014.10.08 04:26

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in 합천편 그 두 번째 '남명의 탄생'입니다. 8월 초 쯤에 태어나셨다는 남명 조식 선생의 탄생을 제 상상으로 만든 내용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조식 선생의 아버지께선 본명이나 어머니의 이름은 알 수 없어 제가 지었습니다. 또한 남명 조식 선생이 외가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근거는 없으니 전체적으로 픽션이 강합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아래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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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남명의 탄생

 

아허.... 아허... ~ 아따 시미야

공작새의 깃털만큼 고운 단홍색 천이 왜 저렇게 남산만하나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솜털이 보이는 작은 손이 보인다. 스담스담. 토닥토닥. 이 세상 어느 귀한 보물보다도 값진 무언가가 들어있는 듯 손은 애정이 가득 담긴 손길을 멈추지 않는다. 그에 비해 치마 속에 가려진 두 다리는 겨울나무처럼 파르르 떨고 있었다. 툭툭. 툭툭. 반대 손은 어디로 갔을까?

허리 아프나? 고마 쉬었다 갈까?”

아닙니더. 조깨만 가면 집 아입니꺼

연희는 큰 배를 앞으로 내밀고 턱을 아래로 내린 채 허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언형은 그 모습이 안쓰러워 괜히 그녀의 무거운 어깨를 주물렀다. 그에 비하면 연희는 너무 행복한 얼굴이다.

요안에 누런 용님 배고플라 얼른 가야지예.”

그래 가자

또 그 놈의 용님 소리... 태몽에서 누런 용을 보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자랑을 한다. 저렇게 좋을까...

장맛비에 젖어 축축해진 흙길을 언형이 먼저 연희가 뒤에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 살짝 물기에 젖은 신발과 축축한 흙이 서로 맞물리면서 습기가 가득한 발소리가 났다. 언형보다 더 묵직한 발걸음을 하고 있는 연희는 그 소리마저 노래처럼 들렸다.

흐흥~ 흐흥~”

저절로 콧소리가 나는 따뜻한 어느 여름. 이곳은 초록이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파릇파릇거리는 토골마을이다.

 

연희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방에 들어가 누었다. 그런 다음 살짝 젖은 버선을 벗으면 임신 때문에 부은 발이 불쑥 나왔다. 연희가 얼굴이 찌푸리며 발을 주무른다.

하이고 내 팔자야.”

그러면서 조목조목 억울한 자신의 심정을 혼잣말로 말하는데, 입술이 위로 삐죽 아래로 삐죽 거리며 투덜댔다.

? 새언니야만 여자가? 내도 이리 귀한 생명을 품었는디, 와 내만 차별하는 기가?”

그러면서 치맛자락을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펄럭펄럭. 가랑이사이로 땀이 차나보다.

상전이 따로 없어 상전이... 정작 이집 딸내미는 이 고생을 하고 있으니...

임신기간 동안 단 한 번의 호강도 누려보지 못한 연희는 방금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그래도 남편이 같이 가주어서 조금은 수월하게 마치고 돌아왔다지만 억울한 것은 억울한 것이다. 하필 새언니와 같은 시기에 임신을 해서... 대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연희 집에 왔나?”

그때 문 넘어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연희는 팔로 바닥을 집고 낑낑거리며 똑바로 앉았다. 갑자기 연희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

니 서방 어디갔노?”

같이 들어왔는데 못 봤나?”

삐걱대며 열리는 문 뒤로 어머니의 얼굴이 나타났다. 뭔가 더 일을 시킬 것 같은 느낌에 연희는 귀찮음이 몰려왔다.

! 내 서방은 와 찾는데?”

시장에 가서 단 것 좀 사오라고, 니나 니 새언니나 임신했으니깐 단 거 안 먹고 싶겠나? 어딨노 니 서방

~ 엄마는 내 식성도 모르나? 내는 계속 신 거 먹고 싶어 했다. 단 거는 새언니야가 먹고 싶겠지!”

고마 주는 대로 쳐 먹어라! 됐고! 니 서방 어딨냐고!”

! 몰라! 내가 우째 아는데! 그리고 내 서방은 왜 부려먹는데 아랫사람 시키면 되잖아.”

집 안에 있던 종들 모두 이번 장마 때문에 동네 아래에 있는 강이 넘쳐서 거기 일 도와주러갔다.”

그라면 오라버니 시키면 되잖아! 내는 안 먹을 거니깐 오라버니 시켜라.”

니 오라버니는 아버지랑 얘기 중이다. 고마 니 서방 보내라.”

싫다! 내 서방도 귀한 사람이다! 이제 고마 부려먹어라!”

가시나가 마... 성질이 그래 더러워 가지고 애가 잘 태어나겠나?”

와 또 내 아를 욕하노! 내 아면 엄마 손주다.”

이런 막돼먹은 대화도 수십 번. 연희는 점점 지쳐갔다. 이 집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면서도 연희는 저번에 집으로 불쑥 찾아왔던 예언가가 이번 년에 이 집에 태어날 아이가 커서 성현이 될 거라고 한 것이 마음에 걸려 이 집을 떠날 수가 없었다. 새언니는 막 임신을 했으니 내년에나 아이를 낳을 것이고, 이번 년에 태어난다는 아이는 분명 연희의 자식일 것이다. 연희가 갑자기 경박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으히히힝 으흐흐흥.”

이게 드디어 미쳤나? 됐다! 고마 더러워서 안 시킨다. 디비 자라!”

그러든지 말든지~”

아버지나 어머니나 집안사람들 모두가 그 예언자를 보고 정신 나간 놈이라고 욕했지만 연희는 그 말을 절대적으로 믿고 싶었다. 꼭 듬직하고 건강한 아들이 태어날 것이다.

두고 봐라! 내 아가 얼마나 잘 크는지!’

연희는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웃음을 참아보았지만 너무 기쁜 나머지 손가락 사이로 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그 동안의 설움이 싹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맴맴맴... 맴맴맴... 고막을 두드리는 매미소리가 집 안에 울린다. 열정을 다해 마지막을 준비 중인 매미들의 두려움이 담긴 소리였다. 그 소리를 따라 걷고 있는 연희는 진푸른 천을 덮은 듯 깜깜해진 여름밤의 시원하고 축축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 중이다. 연희는 왠지 이 진푸른 어둠이 좋았다. 자신의 아이와 같은 상황이 된 것만 같아서 자주 밤에 나오게 된다. 연희의 아이도 그녀의 배를 덮고 진푸른 어둠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덮고 축축하겠지만 마지막을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을 것이다.

아가야... 좀 만 기다리레이. 꼭 참고 좀 만 기다리레이.”

연희는 둘이지만 아직은 하나인 자신과 아기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매미가 더욱 째지게 운다.

맴맴맴... 맴맴맴... 연희는 편안한 표정으로 살며시 눈을 감고 그 소리에 집중하였다. 공기를 한 가득 마시는 듯 코가 벌렁거렸고, 힘이 없는 가슴은 부풀려 올라갔다. 하나! ! !

-”

입을 열면 그녀의 가슴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간 뜨거운 공기가 다시 빠져나왔다. 그 뜨거운 공기는 돌덩이처럼 무거워 땅으로 떨어졌다. 불안감. 두려움. 무서움이라는 단어가 담겨있는 공기였다. 그녀가 후련한 듯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만족스러운 가보다.

 

연희는 괜찮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지금 상황이 너무 싫고, 무섭다. 이대로라면 꽥 죽을 것 같아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우짜면 좋노. 내 무서워서 아 몬 낳겠다.”

괘안타. 눈 질근 감고 힘 팍 주면 쑥 나올기다. 내가 니를 얼마나 빨리 낳았는데, 고마 조깨만 참으라.”

눈 감기 무섭다고!”

괘안타- 괘안타-”

더위가 공기를 움켜쥐는 무더운 여름. 드디어 연희의 해산일이다. 콧물을 훌쩍이며 두려움에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연희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내는 낳는데 얼마 걸렸는데?”

고마 쑥 하고 낳았다.”
해가 머리 바로 위에 있을 때 시작해서 살짝 어두워질 때 끝났습죠.”

대충 걸린 시간을 말하지 않고 넘기려는 어머니 옆에 여종이 불쑥 얼굴을 내밀려 말하였다. 그 말에 연희는 더욱 두려움에 떨었고, 어머니는 여종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나무랐다.

밖에는 언형과 아버지 그리고 오라버니와 새언니가 긴장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오래 서있으면 안 좋다고 아버지가 계속 새언니를 방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똥고집을 피우며 계속 연희의 무사한 해산을 기다리는 새언니다. 아버지는 계속 언형의 어깨를 툭툭 치며 무언의 위로를 보냈다.

하늘을 찢을 듯 날카로운 비명이 방 넘어 쏟아지고, 밖에서 긴장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몸을 움츠렸다. 고약한 성격이 해산할 때도 들어나는 연희이다. 연희의 해산은 이른 새벽에 시작해서 해가 중천에 뜰 때 끝이 났다. 아이는 울음소리가 건강한 남자아이였다.

 

다음 날. 연희는 여종의 품에서 칭얼거리는 아들을 계속 달래고 있었다. 성은 조 이름은 식이라 지은 아들은 건강하다 못해 넘치는 힘을 울음으로 풀고 있었다.

아가 왜 이리 울어 재끼노. 참말로 답답해 죽겠네.”

원래 이 때는 다 이렇습니더 지가 계속 달래볼께예

그때 방문을 열고 어머니가 들어왔다. 어머니는 연희와 따로 할 말이 있는지 식이를 안고 있는 여종을 잠시 밖으로 내보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연희를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는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미역국은 잘 묵었나.”

잘 안 넘어가서 못 먹었다.”

미역국을 잘 먹어야 된다.”

안다. 좀 있다 먹을 기다.”

“... 연희야.”

말문을 트고도 계속 주저하는 어머니를 연희는 다정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어머니가 할 말을 연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니 신거 좋아한다고 했제. 내 배돌이에게 시장가서 사오라고 할까?”

배돌이는 주로 잔심부름을 하는 종이다. 연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됐다. 그런 건 임신할 때나 먹고 싶지 지금은 안 먹고 싶다.”

그러자 어머니가 굉장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연희의 가녀린 손을 잡았다. 이에 연희는 더욱 밝게 말한다.

내 단 거 먹고 싶다. 많이 사서 새언니야랑 같이 갈라 묵자.”

그럴래?”

.”

어머니가 결심한 듯 마른 침을 힘겹게 삼키고는 주름진 얼굴로 환하게 웃는다. 연희는 맑은 우물 같은 눈동자로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늙은 어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눈은 이해. 공감. 북받쳐 오르는 미안함을 담고 있었다.

내나 니 애비가 오라버니랑 니를 차별하는 거는 조깨만 이해하고 살자. 내는 안 그라고 싶었는디 자꾸 니 애비 닮아가는 것 같다. 오라버니는 장남아이가 아들이니깐 쪼매 잘해주는 거 빼고는 내나 애비나 너그들 사랑하는 것은 똑같다.”

안다.”

그래 내 배돌이에게 떡과 엿 좀 사오라고 할게

지친 듯 어깨가 한 없이 작아진 어머니가 나가고, 뒤늦게 울음이 찾아온 연희는 울먹임을 참으며 살짝 고인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는 과장된 목소리로 밖에 있는 여종을 부른다.

다시 들어온다. 내 잠시라도 아들 안 보면 애가 타서 뒤질 것 같다!”

그러자 다시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종. 그 품에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새근새근 자고 있는 식이가 있었다. 당장이라도 안고 싶은 귀한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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