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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빛/동아리

[막장밴드] 니 얼굴에 눈을 넣어줄께 푸확!

 

  캉 축제를 연습해야할 시기 우리들은 창원에 첫 눈이 온 날 인도 토끼 눈사람을 만들었다. 아 눈이다 하며 나의 늦은 아침을 맞아준 눈들은 내가 늘푸른 전당에 도착했을 때 그치고 쌓여 있는 상태였다. 모두 조금 늦는가 싶더니 솔이오빠가 이리와라며 이렇게 뭉치고 굴려라고 말했다.

 

  나는 창원처럼 눈이 귓밥처럼 오는 곳에 눈사람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는데, 늘푸른전당 야외공연장주위에 있는 모든 눈들을 모으고 뭉치다 보니 아기 키 만한 눈 사람을 만들 수 있었다. 중간에 성보오빠가 조금씩 훼방을 놓으면서 만들어갔고, 쓰러지기도 해서 그 아슬아슬한 기분을 가지고 만들어서 더 기분이 좋았다.

 

  눈사람에게 눈과 입과 코를 붙여주고 우리들의 눈사람은 특별하게 토끼 귀를 가졌다. 그리고 성보오빠가 눈사람 머리 가운데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넣으니, 그래서 인도 토기 눈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눈사람을 다 만들고 기념사진촬영시간을 가졌다. 한사람씩 나와 사진을 찍고, 단체로 나와 사진도 찍었다.

 

  모두 눈도 왔고, 눈사람도 만들어서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그렇게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 매우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우리에게 눈이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눈사람은 한 3일정도 오랫동안 있었다. 뭐 마지막 날에는 머리가 툭 떨어진 체 처참해보였고, 결국엔 작은 눈들만 그 흔적을 남기고 사라졌다.

 

엽사들 미안해요

  그리고 눈사람 다음으로 눈이 오면 할 것은 당연히 눈싸움이다. 그 날 다들 마치고 돌아가려고 버스정류장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성보오빤지 솔이오빠진 먼저 눈을 얼굴 정면에 뿌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잔인한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그 뒤로 서로 눈을 뭉쳐 상대방에게 날리는 등 눈싸움을 하긴 했는데, 평생 동안 이렇게 잔인하고 치열하게 눈싸움을 해 본적이 없었다.

 

  여자라고 절대 봐주는 거 없고, 어디도 아니고 바로 얼굴 정면을 꼭 맞추는 것이 입에 눈이 들어가고 눈이 머리에 다 묻어 젖고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심지어 우리가 눈싸움하는 가운데 잘 모르는 분에게 눈을 얼굴에 던져버려서 너무 죄송했었다.

 

  눈은 참 순식간에 많은 행복을 주는 것 같다. 물론 눈을 싫어하고, 눈이 오면 괴로울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창원에 온 첫 눈을 재미있고, 신나게 받아들인 것 같다. 눈이 아주 계속오는 것보다 이렇게 짧게 좋은 추억을 주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 추위도 얼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