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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빛/동아리

[막장밴드] 캉축제 막장으로 이름을 날리다 으히히

 

 

  연말보고회가 끝나고 밴드부에게 다시 쥐어진 미션은 12월 8일 캉 축제 공연! 연말보고회를 끝나고 쉴 틈 없이 바로 연습을 해야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야 우리가 누군가, 캉 축제는 그야말로 쉬엄쉬엄 연습을 했다. 창원에 첫 눈이 온 날 신나게 눈사람을 만들었고, 캉 축제 직전에 부랴부랴 연습을 했던 것이다.

 

  우리들의 두 번째 공연은 참 네모난 돌이 굴러가듯 지나갔다. 캉 축제 당일 전날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열심히 하자! 하고 지각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아침 일찍 와서 연습도 많이 못하고 성보오빠 없이 리허설에 들어갔다. 우리들의 연말보고회 겸 설명회는 우리들의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이번 공연은 다르기 때문에 느낌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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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보오빠는 공연 시작 전에 딱 맞추어서 도착을 하였다. 바로 공연이라 오빠에게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올라가야 했다. 일단은 하얀 티에 검은 바지를 입고, 공연에 나오는 모든 동아리들이 올라와 차례대로 인사를 하였다. 캉 축제는 청소년들의 동아리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고 연습을 통해 이룬 뒤 공연을 하는 것이다. 우리들도 청소년이고 동아리이기 때문에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인사를 뒤로 첫 동아리 팀이 올라섰다. 첫 팀은 여자들로 만들어진 댄스 동아리들인데 두 번째 순서인 우리들에게 잔뜩 기를 죽게 만든 파워가 넘치는 무대였다. 첫 동아리가 무대를 들뜨게 만든 뒤 드디어 우리들의 무대 위로 출격하였다. 악기들을 부랴부랴 옮기고 선도 연결하면서, 순간 언제나 오는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다.

 

  피아노에 전원이 오지 않아 내가 매우 당황을 한 것이다. 다행이 사회자가 재치가 있어서, 상황을 빨리 살피고 솔이오빠에게 기타 한 곡 뽑아봐라 하며 아주 잠시 시간을 끌었다. 그 한 곡이 반쯤 흘러갈 때 드디어 피아노에 전원이 들어왔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이런 시련도 오나 싶었다. 그렇게 모두 정리를 하고 시작 준비를 마친 뒤 첫 곡인 내 사랑 내 곁에를 불렀다.

 

 

  민서언니와 성보오빠는 잠시 무대 아래로 가고, 성언이언니가 아주 정성껏 불렀다. 내 사랑 내 곁에가 연말보고회 때 보다 더 성공적으로 되고, 마지막 곡인 나는 나비를 불렀다. 그때 민서언니와 성보오빠가 무대 위로 올라왔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민서언니를 바라보았다. 언니의 카훈의 낮은 베이스로 4번을 치면, 기타와 피아노가 들어가 시작이 되었다.

 

 

 

  나는 나비는 성보오빠의 모든 것을 대방출하면서, 호응이 더욱 높아졌다. 덩달아 연주하는 나도 기분이 좋아졌고, 나는 나비는 분위기를 타 절정에 올라가 마지막에 프리로 치는 피아노도 조금 과감해졌다. 나는 나비는 그렇게 좋은 여운을 남기고 끝을 맺었다. 그렇게 무대를 내려간 우리들은 분주하게 악기를 들고 사무실로 뛰어갔고, 모두 사무실에서 나는 어땠나, 나 어땠다 는 둥 들뜬 분위기에 즐거운 말이 오갔다.

 

  부담이 안 되는 공연이 이렇게 즐겁고 신나는 것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밴드와 하는 공연은 늘 신나고 여운을 주는 일단 생길 것 같다. 캉 축제는 우리 다음으로도 많은 동아리들이 나왔다. 유명한 s.o.s라는 동아리도 나왔고, 춤을 매우 잘 추고 즐겁게 추는 동아리도 나왔다. 우리들도 뒤 늦게라도 들어가 공연을 즐기며 보았고, 공연은 좋은 기운을 남기고 끝이 났다.

 

  그리고 모두 만나 당연한 듯 즐거운 마무리 시간을 가졌는데, 그 날은 고대하고 고대하던 공연날이야~~ 라는 생각이 안 들고 공연이 당연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것이 마냥 좋은 건 아니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밴드가 앞으로도 공연이 생기면 준비는 하겠지만, 부담은 절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좋다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