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8월 24일 탐방 후기 합천편 첫 번째. 보호수/남명의 생가.

인턴쉽/친구들 2014.11.12 12:21

경남이야기 청소년 탐방대 활동을 하고 있는 저는 총 세 번의 탐방 결과물로 알게 된 역사적 사실에 픽션을 첨가한 글을 쓰는 것이 의무입니다. 탐방을 한 번 할 때마다 A4용지 한 장의 글을 써야 되는데, 저 같은 경우 탐방 활동을 인턴쉽과 연계해서 다른 탐방대 친구들보다 더 많은 글을 써야 합니다. 때문에 최소 15개의 글을 써야 했고, 15개가 모두 유익한 글이 되기 위해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고민한 결과 탐방 후기를 쓰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이 활동의 본래 취지와는 무관하게 제 스스로 원하던 목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제가 탐방한 곳을 알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간 곳은 이름 있는 문화재가 아니라서 관리도 소홀하고, 일반인들의 관심도 적은 편입니다. 얼마나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가 부족했으면 문화재에 거미줄이 있는 것이 당연하듯 보일까요. 대부분 다시 재건한 문화재들이지만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제 글을 통해 관심을 갖고 한 번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탐방 후기는 의무적으로 쓴 글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가 탐방한 곳을 소개할 것입니다.

 

글 형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소 별로 나누어서 그림과 함께 설명합니다. 제가 원하면 저의 의견이나 잡다한 내용도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럼 첫 탐방지 합천편 그 첫 번째를 시작합니다.

 

1. 보호수

 


합천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본 것은 고고함이 묻어나는 나무였습니다. 단번에 나이가 꽤 있는 나무일 거란 생각이 들었죠. 실제로 이 나무는 느티나무로 450이 되었다고 합니다. 보호수라고 하니 어떤 의미의 나무인지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이라 지금 시작하는 건가? 아닌가? 마음이 다잡아지지 않아서 보호수 앞에서 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혼란스러웠는데 보호수에 대한 설명이 있는 비석에 삼가면 외토리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 보호수 아래 판자에 앉아 근처 지나가는 남명 조식 외가 후손이라는 분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지분이니 남명 조식이라는 인물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인터넷 검색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남명의 탄생이라는 글을 생각해냈으니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2. 조식 가문과 관련된 인물 생가와 쌍비.

 


보호수를 기준으로 왼쪽 길을 계속 걷다보면 집과 두 개의 비석이 보입니다. 이 두 가지에 대한 설명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일단 두 개의 비석을 합천 외토리 쌍비라고 부르는데, 왼쪽 비석은 고려시대의 비석으로 그 가치가 상당합니다. 주인의 남명 조식의 5대위 이온이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오른쪽 비석은 풍화로 글씨가 거의 마모되어 백비라고 불리는데, 숙종 시대의 비석이며, 주인은 이수라는 인물입니다. 두 비석 모두 효행을 기리는 비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이를 이해하는데 힘들었던 부분은 왜 오른쪽 비석이 덜 오래된 것인데도 마모가 되었냐는 것입니다. 풍화로 글씨가 마모된다는 것은 오랜 시간이라는 조건이 부가적으로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설명을 들어보니 오른쪽 비석이 원래 다른 곳에 있었을 때 풍화가 된 것이라고 합니다.

 

옆에 있는 집은 남명 조식의 5대위 그러니깐 쌍비의 왼쪽 비석의 주인 이온의 7대 아래 둘째아들의 집입니다. 참고로 곽재우와 의병활동을 같이 했다는 그 삼형제의 둘째라고 하더군요. 이 문화재에 대해선 남명 조식과 관련된 부분이 돌아본 다른 문화재에 비해 적어서 관심이 덜하긴 하지만 출처를 찾는데 남명 조식의 족보를 타고 올라간 것이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3. 남명 조식의 생가.

 


남명 조식의 생가는 일반 집들 사이를 걷다보면 아주 깊숙한 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새마을 운동 때문에 허물었다가 역사적 가치를 생각해서 다시 재건했다고 하는데 관리가 아주 엉망이었습니다. 재건도 썩 잘한 걸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당엔 잡초나 이름 모를 풀들이 무작위로 자라고 있었는데, 이것도 가꾸어야할 듯싶었습니다



생가로 가는 길은 꽃도 보고 개구리도 보며 즐거웠는데, 목적인 생가는 뭐랄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하다만 문화재 재건이 남명 조식의 생가 말고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니 차라니 건물 말고 이곳에 남명 조식의 생가가 있었다. 라고 생각하고 대강 의미만 알고 가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탐방 후기 합천편 첫 번째 끝. 합천편 두 번째는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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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의령편] 개성만점! 청춘들의 즉석 토론!! - 전쟁과 의병.

인턴쉽/친구들 2014.11.09 05:31

의령편 마지막입니다. 이번 글은 남명 조식 선생과 망우당 곽재우 선생에 대해 배우면서 알게 된 내용을 통해 즉석 토론을 하는 5명의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라는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5명 모두 다른 성격과 말투,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현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남북한의 전쟁 발발과 그 전쟁에서 의병이 일어날까? 만약 일어난 다면 너는 할 것인가? 의병을 하기에 조건이 필요한가? 등으로 '즉석' 토론이기 때문에 토론의 쟁점이 자주 바뀝니다. 즉석이니깐요. 


마지막 결말에는 저의 의견이 들어갑니다. 전쟁보다 전쟁 후가 더 중요하다. 나는 그 후에 나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의병을 안 한다고 욕 먹을 필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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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만점청춘들의 즉석 토론!! - 전쟁과 의병.

 

북적거리는 도심에서 벗어난 한 고등학교점심시간이 반쯤 지난 지금 모두가 너나할 것 없이 방방 뛰며 학교 내에서의 자유를 즐기고 있었다그에 반해 조금은 조용한 학교 도서실글누리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촌스럽고 지극히 평범한 이 도서실은 제 딴에는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들린 학생들도 붐볐다그 가운데 묘한 그룹이 있었으니 그들은 도서실 안에 있는 무수히 많은 긴 책상들 가운데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그때 빈정거리는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그 무리에서 툭 튀어나왔다.

이놈의 나라는 어쩌면 좋냐.”

지태가 의자에 몸을 축 늘어트리며 말하였다아니꼽게 씰룩거리는 윗입술이 투덜대는 목소리와 잘 어울렸다그러자 옆에서 공부를 하던 수진이 무슨 소리냐며 순진한 얼굴로 오른쪽에 있던 지태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뭐가?”

그녀의 말을 받아치는 지태의 얼굴은 어쩔 수 없군.. 피곤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요새 사건 사고가 많잖아그때마다 우리나라가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어예방도 해결도 제대로 하는 게 없어이러다가 갑자기 북한이랑 전쟁이라도 나면 우린 어쩌냐?”

그러자 옆에 있던 민지와 백희의 말이 불에 기름을 붙듯 분위기를 달아 올렸다먼저 민지가 말하였다.

우리나라 아주 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둘이겠냐다른 나라들도 그래나쁜 일 생기면 나라 탓하는 게 가장 편해맞는 말일 때도 있고.”

이에 백희가 반박하듯 펼쳐 놓은 책을 덮으며 말하였다.

탓만 하지 말고나서서 바꿔야지나라가 정부만 잘 돌아간다고 되니우리도 의견을 내세우고 옳은 의견을 정한 다음 바른 방향을 가면 전쟁이 일어나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당장은 안 되겠지만 국민 모두가 노력해야지.”

다시 지태가 백희에게 말하였다빈정거리는 태도는 여전했다.

뭔 꿈같은 소리야.”

투덜대지 말고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전쟁이 꼭 정부만의 문제니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해그러니깐 모두 힘을 합쳐서 이겨내려고 할 거야.”

그때였다옆에서 낡고 굵직한 책을 왼손으로 바치고 오른손으로 넘기며 보고 있던 유진이 무덤덤한 말투로 먹이를 던졌다그러자 나머지 4명이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가 되어 달려들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전쟁이 나면 사람들이 나서서 싸울 거라고 생각해?”

선발투수는 지태였다.

사람들이나서서 싸운다고꿈같은 소리하시네요즘이 옛날이랑 같아다 무서워서 줄행랑칠걸?”

그때 비교적 조용했던 수진이 아주 밝게 웃으며 말하였다그녀의 얼굴은 매끄럽고 윤이 나는 것이 꼭 세상 이치를 다 깨달은 부처님 같았다.

하면 되지실천하면 되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옛날 의병들이 태어날 때부터 그랬남나도 할 거야라고 생각하면 하는 거야~”

그 순간 유진이 책을 넘기던 손을 멈추었고지태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수진을 멍하니 쳐다보았다마찬가지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며 아무 말 없던 민지와 백희가 헛기침을 하며 말하였다.

크흠.. 수진아너 너무 긍정적인 거 아니야옛날 의병이나 의병장을 한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좀... 뭐랄까... 좀 타고 난 것이 있었어재력이라든지 능력이라든지일단은 목숨을 내놓을 만큼 마음이 강해야지.”

지금 봐선 지태랑 민지는 사람들이 쉽게 말해서 의병을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수진이랑 같은 생각이야하면 되물론 힘들겠지그렇지만 옛날에도 해왔잖아구지 먼 과거가 아니더라도 199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 같이 모두가 합심해서 의견을 내고희생이 따랐지만 이겨낸 경우가 있잖아?”

그러자 옆에서 다시 무심하게 책을 읽던 유진이 오른손을 살짝 올리면서 말했다.

나는 전쟁이 일어나면 나라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건 또 뭔 말이냐?”

유진의 말에 지태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백희가 그를 저지하며 말하였다.

그러면 넌 의병을 일으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지나라가 다 알아서 할 수 있겠냐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다 지들 아니면 지들 가족들만 생각해서 분명 죄다 도망만 칠거란 거야.”

그때 민지가 비웃으며 말하였다.

그럼 넌 안 도망친다는 거야?”

그래!”

~”

뭐냐지금 나 비웃는 거야내가 도망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

이게!”

마지막으로 민지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리자 지태가 책상을 양손바닥으로 치며 벌떡 일어섰다그러자 도서실에 있던 대부분의 학생들이 조용함을 무참히 깨부순 지태를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수진이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지태의 팔을 잡아끌었지만 그는 계속 서있는 채로 정면에 앉아있는 민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안 도망칠 거거든?”

뭐야그럼 넌 특별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거야말도 안 돼!”

아씨난 안 도망칠 거라고!”

지태의 화남이 투정으로 보이자 민지가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꼈다백희는 민지의 옆에서 손바닥으로 턱을 받친 채 그 상황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난 말이야사람들이 아무리 후천적인 것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선천적인 것이 가장 그 사람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특히 요즘은 옛날보다 타고난 것 때문에 열등감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외모재력두뇌체격 같은 거 말이야옛날 임진왜란 때의병장으로 유명한 곽재우 있잖아그 사람은 의병을 모으고 유지할 때 자신의 재산을 다 탕진했어처음으로 모인 의병들도 거의 자신의 노비들이었고만약 곽재우가 평민이고노비나 재산도 없었다면 과연 의병장이 되었을까난 안 그렇다고 생각하거든!”

옆에서 백희가 민지의 옆모습을 보며 말하였다턱을 받친 채 말하느라 말투가 어눌하게 들렸다.

나는 곽재우가 의병장이 된 이유에 있어서 재력보단 그 사람의 용기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데그런 용기가 없었으면 아무리 재산이 많았어도 못했을 거야그 시대에 재산이 그렇게 많은 사람이 곽재우뿐이었을까그러면 그렇게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왜 다 의병을 하지 않았던 건데지태의 말대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때도 있었어그래도 임진왜란 때 의병들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잖아.”

그러자 지태가 옆에 있던 수진에 의해 억지로 의자에 앉으며 말하였다화를 꾹 참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맞아재산보다 중요한 것은 용기야설마 너 그런 용기도 타고난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해그런 능력도 선천적인 거라고 생각해.”

지태의 물음에 답한 민지의 말에는 강한 고집이 느껴졌다자신의 생각에 대한 믿음 보다는 그렇다고그럴 수밖에 없는 거라고 믿고 싶은 눈치였다그런 느낌을 민지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건 좀...”

수진이 난처한 얼굴로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말을 꺼냈지만 백희가 가로막으며 말하였다유진은 여전히 책을 보고 있었다.



곽재우는 16세기 영남학파의 거두 남명 조식의 제자였어게다가 외손사위였고곽재우는 유년기에 남명을 만나 그런 용기를 얻는 법을 배웠을 거야남명 조식이 제자들에게 기본적인 것 외에도 병법 같은 다른 것도 가르쳤다고 하잖아좋은 선생을 만나 잘 배워서 곽재우는 생각을 실천하는 성격이 되었을 거야그리고 곽재우 외에도 남명 조식의 제자들이 임진왜란 때 의병들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남명의 제자인 정인홍도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어.”

백희의 논리적인 말에도 민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지태는 복잡하고 어려운 역사이야기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아는 것이 적어서 말할 것도 없었다.

곽재우가 남명을 만난 것은 곽재우의 집이 명문가였기 때문이야남명의 다른 제자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곽재우가 특별히 외손사위가 된 것은 명문가이기 때문이기도 할 거야.”

남명 조식 선생이 그런 걸로 외손사위를 삼진 않았어곽재우를 보고 영민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외손사위로 삼은 거라고.”

그래도!”

민지가 계속 우기자 지태가 말을 가로막으며 말하였다.

그래니 똥 굵다!”

그때였다계속 책만 읽던 유진이 그 무거운 책을 책상에 조용히 올리며 말하는 것이다책에서 벗어난 눈길이 나머지 4명을 훑어보고 있었다.



곽재우와 정인홍 둘 다 임진왜란 후에 그다지 평탄하게 살지 못했어곽재우는 계속 관직을 피하며 망우정이라는 작은 정자에서 은거하다가 쓸쓸하게 죽었고정인홍은 광해군의 총애를 받으며 영의정까지 올랐지만 인조반정이 일어난 다음 처형당했어그 사람들의 인생이 그다지 대단치 않았다는 거야나는 그렇게 되니 차라리 나라에게 맡긴다는 거고나는 곽재우나 정인홍처럼 그 다음까지 모두 이겨낼 자신이 없거든또 목숨을 걸고 나라는 지킬 만큼 나는 지태가 말하는 것처럼 덜 이기적이지도 않아못났지만 다른 누군가가 의병을 하겠거니 생각하는 면도 있어중요한 건 태생이 잘난 것도 후천적으로 많이 배운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도 요즘 사람들이 이기적이라서 다 도망친다는 것도 아니야그저 자신의 역할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의병을 안 한 사람이 욕먹을 필욘 없어그런 쪽에 특출한 사람만이 제일 잘난 사람도 아니고정말 전쟁이 일어났을 때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전쟁보다 두려운 것은 전쟁 후야나는 그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싸워서 이기는 것보단 소통해서 서로 잘살길 협력하는 것이 나에게 더 맞아뭐 전쟁이 안 일어나는 것이 더 좋겠지만 말이야.”

유진이의 갑작스러운 긴 말은 모두의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고집스럽게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말하던 민지도 왠지 대꾸를 할 수가 없어 조용히 있었다여전히 투덜대는 지태만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 혼자만 멋있는 말하고...”

종이 울리고점심시간이 끝나 도서실에서 나와야했지만 모두가 지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유진만이 태연하게 책을 챙기며 도서실을 나서며 말하였다.

종 쳤어나가자지금 우리들의 역할은 학생이야.”

4개의 의자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치열했던 토론 현장에서 모두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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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의령편] 망우정의 도인 곽재우.

인턴쉽/친구들 2014.11.09 05:30

의령편 세 번째입니다. 이번에는 전쟁이 끝난 뒤 관직을 여러 번 사직하다가 결국 망우정이라는 작은 정자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곽재우가 결국 죽음을 마지하기 불과 몇 일 전의 내용을 제가 상상하여 만든 글입니다. 여기서 곽재우 선생의 친구라는 가상 인물이 존재합니다. 그 친구가 곽재우 선생의 깊어진 병 때문에 찾았다가 돌아가면서 드는 생각이 가장 핵심 내용인데요. 왜 망우정에 은거했을까? 가 쟁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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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정의 도인 곽재우.

 

때는 1617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이 보이는 망우정에서의 일이다. 65세의 노쇠한 나이에 접어든 망우당 곽재우는 그해 3병이 깊어지자 치료를 중단하였다그가 걱정되어 찾아온 친구가 그를 보며 말했다.

고집부리지 말고 치료하시게.”

그러나 그 고집이 어디 가겠는가주름진 뺨에 검버섯이 오른 얼굴로 그가 말했다.

죽음을 거스를 순 없네기꺼이 받아들여야지.”

그의 똥고집을 잘 아는 친구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이곳 망우정에 은거하며 익힌 쌀을 멀리하고 풀 같지 생것을 먹으며 살아왔다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운 그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죄가 무엇이기에 저렇게 혹독한 생활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그를 말릴 사람도 없었기에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어명도 수차례 거절한 그이니 오죽했겠는가.



그는 마치 험난했던 지난날을 모두 거친 도인처럼 보였다흰머리와 흰수염이 잘 어울리고 궁핍한 생활이 다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도인’ 말이다그러나 광대뼈가 보일만큼 마른 그의 모습은 매우 쓸쓸하게 보였다그럴 때면 그의 은거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도 그렇다죽음의 마차를 기다리는 그는 햇빛을 가려버린 칙칙한 구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마차가 저곳에서 올 예정인 것처럼 멍하게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그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그러다가 그가 온몸이 부서져라 기침을 하면 친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의 등을 토닥거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3월 마지막 날인 오늘 더욱 불안하게 날씨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친구는 저녁이 되어서야 그에게 돌아가겠다고 말하였다오랜만에 왔으나 오래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그는 돌아갈 채비를 하는 친구를 잠시 도와주다가 손을 거두며 말했다.

이젠 올 필요 없으니 앞으로 오지 말게.”

그게 무슨 말인가내가 불순한 마음으로 자네를 찾아오는 걸로 보이는가?”

그의 차가운 말투에 친구는 미간을 찌푸리며 동작을 멈추었다이젠 짐만 등에 매면 되었다여전히 표정을 알 수 없는 그가 다시 말했다.

자네의 마음을 의심하는 건 아닐세하지만 자네가 무거운 마음으로 여길 찾아오는 것을 원치 않네자네 나를 보며 계속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지 않는가.”

걱정하는 걸세당연한 거 아닌가다 자네를 걱정하여 그러는 걸 왜 밀어내는가.”

내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러는 걸세그러니 앞으로 오지 말게.”

그의 단호함에는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죽음친구는 더욱더 짓눌리는 마음 때문에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곧이어 그가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내 곧 이 세상을 떠날 것 같으니떠나고 나서 오시게더 이상 토 달지 말고.”

그러자 친구는 그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그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마냥 좋지는 않으나 그가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삶을 마칠 때까지 마저 사는 것이 그가 편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알았네.”

조심히 가게자네도 나만큼 나이 먹은 몸이니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테야.”



다음 말을 하지 않고 짐을 등에 맨 채 뒤돌아선 친구는 망우정의 좁은 마당을 지나 나가는 문 앞에 섰다그때 등 뒤에서 그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아 고개를 뒤로 돌아보았다그는 아직 쌀쌀한 날씨인데도 마루에 등을 대고 누어있었다천장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과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보였다역시 힘내라는 예의상의 말은 할 수 없었다친구는 문밖으로 나갔다.

 

돌아가는 길그의 떨리는 속눈썹이 계속 머릿속을 휘젓고 있어 망우당의 친구는 괴로운 얼굴로 자신의 짚신을 보며 걷고 있었다같은 노쇠한 나이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았던 망우당을 보며 친구는 오만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그는 벌을 받을지언정 자신의 신념을 결코 굽히지 않았던 사람이었다강인했고존경할만한 인물이었다그럼에도 망우정에 자신을 숨기며 사는 망우당을 보며 친구는 그의 선택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는 과연 무슨 이유로 망우정에 은거하였을까그의 명성으로도 궁핍한 생활은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왕의 부름에 응했다면 호화로운 인생을 살며 삶을 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도 자신을 숨기는 것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망우당의 친구는 걷다가 갑자기 멈춰서며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았다알 것도 같다는 표정이었다그가 살아왔던 지난 인생들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유야 충분히 있었다또한 그의 성격상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기 때문에 적당히 세상에 맞추며 살 수 없었을 것이다그럼에도 이것만이 아닐 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무엇일까.



그의 떨림과연 죽음에 대한 떨림이었을까그가 살아왔던 지난 세상과 앞으로 자신이 죽고 나서도 존재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을까홍의 장군망우당 곽재우에게도 두려움이 존재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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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의령편] 남명에서 망우당까지 – 그들의 사상에 관하여.

인턴쉽/친구들 2014.11.09 05:29

의령편 두 번째입니다. 이번 글은 남명과 망우당 선생을 서로 연관시킨 내용인데요. 남명 선생과 그의 제자인 망우당 선생은 서로 사상이 같습니다. 주장이 강하고 비타협적인 성격도 같았죠. 또한 남명 선생의 외손사위가 망우당 선생이니 그 관계가 굉장히 긴말입니다. 그에 대한 내용으로 주로 보아야할 부분은 '남명과 망우당 선생의 사상이 현대에도 통할까?'입니다. 옛날과 현대가 많이 다르다면 다른 것이니 '주장이 강하고 비타협적이며 고집스럽고 강한' 성격이 마냥 좋은 것일까? 의문을 가지게 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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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에서 망우당까지 – 그들의 사상에 관하여.



역사의 기본 지식까지 모두 기억에서 사라져버릴 만큼 역사 공부를 가까이 하지 못한 나는 경남이야기 청소년 탐방대를 통해 남명 조식과 망우당 곽재우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궁금한 점은 아니었으나 알고 보니 더 알고 싶은 그들의 관계가 나를 공부하게끔 만들었다.

평소 역사 공부에 대해 영어나 수학보다 더 관심이 있던 나는 학교를 나오기 전에도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비교적 나와 맞는 국어도 아니고전공이었던 음악도 아니었다자연스럽게 생긴 호기심으로 알아 가다보면 늘 100점을 맞곤 하였다역사 공부에 대해 노력을 하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선천적으로 좋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그래서 그런가학교를 나와 검정고시를 칠 때도 국사 공부가 가장 좋았다전공이었던 음악은 알았으나 까먹은 것을 다시 배우려니 짜증나고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애정이 적었다과연 국사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 내 학력에 고졸을 찍고 나니 이제 공부는 빠이빠이 이겠지싶었으나 공부를 안 할수록 두뇌 회전이 느리고이해력이 떨어지는 나를 보면서 조금 자괴감이 들었다특히 이번 경남이야기 청소년 탐방대를 하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동급생이랑 비교를 할 수가 없으니 나만 이해력이 떨어지는 건가아니면 다들 똑같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건가설명을 듣고 장소를 옮기면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완벽한 정보가 없으면 글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글쓰기 전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았다그래서 현장과는 조금 다르고 많은 정보를 알게 되면서 탐방과 조금 무관한 방향의 글을 쓰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다지 나쁜 면만 있었던 건 아니다많은 정보를 습득하면서 나는 더욱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모든 면이 궁금했다혹시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이 들면 당장 그 부분에 대해 검색을 하였다그리고 충분히 논란의 쟁점이 될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였다특히 남명 조식과 망우당 곽재우의 관계와 그들의 사상에 대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이 글은 그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각한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물론 다들 아는 소리겠지만 여러 번 강조를 하여도 모자라지 않는 중요한 이야기다실천 그리고 행동하다...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특히 나에게는 실천이 곧 기회 그리고 변화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고그렇지 않으면 기회도 변화도 오지 않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래서 곽재우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그건 바로

어떻게 하면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었을까어떻게 실천으로 인해 생기는 모든 힘든 점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나에겐 너무 먼 대한민국의 위인이지만 감히 부러워해본다.

곽재우의 천성이 곧고 바르며 강인했던 것도 있었겠지만남명 조식의 제자가 되면서 배움을 통해 망우당 곽재우가 의병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본다나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그렇게 남명이 망우당에게 전한 그의 사상이 논란의 쟁점이다.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실천한다는 말을 잘 생각해보면 조금 큰 흠집이 있다그게 바로 문제점이다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나 외의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는 것이고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그러나 나와 정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 실천이 아니꼽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실제로 남명과 망우당이 관직에 오르지 않은 것도 그 이유가 조금은 작용했을 거라고 본다물론 그 두 사람이 관직에 질린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남명과 그런 남명에게 배우고 자란 망우당은 매우 자기주장이 강하고 타협을 하지 못하며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꼴을 못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그래서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실천한다.’는 조금아니 매우 큰 흠집이 있다그 흠집은 그 말의 탄생과 함께 생겼을 것이다.

나도 살면서 실천은 했으나 다른 의견의 사람들과 부딪쳐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특히 고집이 세고 성격도 조금 모났던 과거의 나는 소통하는 것을 중요시 생각하지 않아 의도와는 다르게 좋지 않은 결과에 도달하고 말 때가 많았다더 먼 과거 때는 더욱 그러하였다자신의 감정이 가장 중요했던 어린 시절은 나의 실천이 폭풍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그러나 내 생각 그리고 이 말과는 다르게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나이지만 점점 든다성숙해지는 아주 첫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일까변화를 시도하는 나의 모든 면이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컸다.

그렇다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던 지난날의 경험을 이제 안 겪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큰 문제가 아니니 작은 것부터 하나 씩 바꾸면 된다고 생각한다바로 역지사지정신을 나의 방식에 맞게 실천하면 되었다스스로 타협하고 이해를 하면 되었다.



만약 이 소리를 남명 선생이나 망우당 선생이 들었다면 무슨 똥 같은 소리냐며 나를 훈계했었을 것 같다그 사상과 신념을 끝까지 가진 채 생을 마감하셨으니 말이다아무리 훌륭한 위인이지만 나의 생각과는 달라서 아니... 나는 현대에 살고 있으니 남명이나 망우당 선생의 사상이 나에게 맞더라도 그러면 안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 노력을 하면 조금 더 삶이 평탄해질 것 같아서 이렇게 우기듯 말하는 것 같다분명 훌륭한 사람이었으나 시대가 알아주지 못해 현대에 와서 그 이름이 빛나지 못한 남명 선생에 비해 퇴계 이황 선생은 지폐에도 나오는 것처럼 현대는 자신의 의견을 가지면서 타협할 줄 아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듯하다나는 그런 퇴계 이황 선생의 발톱이라도 따라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그럼에도 남명과 망우당이 대한민국의 위인이 된 이유는 그러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타당하다많은 분야에 대해 공부를 했고 겸손하며자신이 나라에 필요할 때는 기꺼이 나가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현대에 와서도 이렇듯 존경을 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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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의령편] 전쟁이 아닌 정치적으로 봤을 때 곽재우의 위치.

인턴쉽/친구들 2014.11.09 05:27

이번에는 의령편입니다. 의령편은 꽤 많이 썼습니다. 총 4개로 먼저 첫 번째 '전쟁이 아닌 정치적으로 봤을 때 곽재우의 위치'입니다. 전쟁 때의 위치와 정치적 위치가 매우 다른 곽재우 선생을 보고 드는 생각을 넣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스토리가 들어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주장문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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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아닌 정치적으로 봤을 때 곽재우의 위치.



임진왜란으로 인해 어수선한 조선은 치열했던 전쟁이 끝나기 무섭게 정치적 다툼의 조짐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전쟁 당시 왜군에 맞서 경상우도를 책임졌던 의병장 곽재우도 이를 피할 순 없었다그런 곽재우에게는 조선 안에서의 정치적 다툼이 전쟁보다 더 험악하였다.

위기의 조선을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이에게 전쟁이 끝난 후 그에 마땅한 대가를 주는 것은 당연했다명예가 되었든 경제적은 면이 되었든 이는 목숨을 기꺼이 바친 이들에게 주었음에도 미안하기 그지없는 지나치게 작은 대가였다그러나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때가 아무리 몇 백 년 전 조선이라도 있기 마련이었다그런데 하필 왕이 그 모양이었으니 과연 그 작은 대가가 무사히 영웅들에게 전해졌을까.

이순신이나 원균권율이라면 모를까 그 나머지는 나는 모른다그 네 사람의 공로 쯤 되어야 내가 알 것이 아닌가.”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는 곽재우는 고사하고 다른 의병 그리고 전쟁에 참가했던 많은 사람들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그러나 곽재우만큼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과거 시험 때 답으로 내놓았던 글이나 전쟁 당시 비타협적인 면이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 왕인 내게도 무례한 말을 하지 않는가아무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의병장이라도 용서할 수 없어.’

조선의 땅이 불길에 휩싸일 때임금인 자신은 숨었던 것 때문에 깎인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건지 선조는 생각을 감추고 뻔뻔하게 말하였다.


당시 선조는 곽재우를 미워했던 것도 모자라 의심까지 하였다전쟁 당시 고집스럽고 거칠었던 그의 행동 때문이었다임금의 의심은 정유재란이 일어나면서 더욱 깊어졌다잇따른 전쟁에 곽재우는 다시 경상좌도 방어사에 기용되었다그러나 그의 활약상을 여기선 볼 수 없었다계모 허씨가 별세하였기 때문이다복상 중에도 기복(어버이의 상중에 벼슬자리에 나감.)하라는 명령이 몇 차례 내려졌지만 그럴 때마다 곽재우는 상중이라는 이유로 거절하였다그러는 동안 전쟁은 끝이 났고상을 끝낸 곽재우는 48세의 나이에 경상좌도 병마절도사에 임명되어 그 지역의 군무를 총괄하였다.

 

그러나 곽재우는 정치적 갈등에 미감하게 대응하여 그 후로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그렇다면 그의 엉클어지는 인생에 대해 누가 잘못한 것인가 생각을 해보면.

곽재우의 성격 때문.

전쟁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지들끼리 싸우는 조정 때문.

으로 갈린다그러나 이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없을 것이다스스로 거친 성격을 조금 낮추었으면나라가 서로 협동하여 잘 살길 도모하였으면 곽재우를 비롯하여 전쟁에 참가한 사람들이 점점 궁핍해지고 병약해지진 않았을 것이다당시엔 전쟁에 참가했던 다수의 사람들이 종전 후 삶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곽재우의 거친 성품에 맞서 그를 미워했던 선조는 결국 그가 왕의 허락도 없이 사직을 하자 전라도 영암으로 3년간 유배를 보냈다잇따른 사직에 대한 선조의 노여움이 가득 느껴지는 3년이었을 것이다.


곽재우는 유배를 마치고 영산(지금의 창녕창안에 망우정을 짓고 숨어 살았다다시 관직이 내려져 서울에 올라가기도 하였으나 그의 노쇠한 몸이 따라주질 않아 다시 망우정에 돌아와 남은 생을 보내게 되었다그에게 훌륭한 업적이 있고따르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이렇게 자신을 숨기고 살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글쓴이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관심 있었던 도교(어릴 적 학문을 쌓을 때 배웠던 것.)가 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그가 도인 같은 삶을 살고 싶어 했기 때문에.

정치가 질리고 두려웠기 때문에.

글쓴이는 이 둘 중 표면적으로 첫 번째내면적으로는 두 번째일 것이라 생각한다일단은 곽재우란 인물은 강인했다스스로 의병을 모았던 것그 의병 활동을 위해 모든 재산을 탕진했던 것전쟁 당시 자신의 주장에 대해 굳건했던 것 등을 보건대 그는 우직하고 강인한 사람이었다그러나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인 정치에 대해 자신의 의견만 내세웠던 지난날을 보면서 자신의 힘이 그리 대단치 않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고 본다그 때문에 정신이 피폐해지거나 약해진 것은 아니다쉽게 약해질 인물은 결단코 아니었다다만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인 만큼정치란 것은 단 한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자신이 아무리 강하고 우직한들 받아주지 않으면 언제든 목숨을 잃고 말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곽재우는 그만큼 영리한 사람이었으니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도인이 되는 것보다 불가항력적인 일에 목숨을 거는 것이 더 어리석은 일일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즉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것이다고개를 숙이고 정치에 관여하였다면 조금이라도 더 평탄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과연그렇다면 전쟁은 불가항력적인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그래서 생각하건대 전쟁보다 정치가 더 무서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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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HiJ] 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통영편 - 12공방 장인들의 어느 날

인턴쉽/친구들 2014.10.08 04:30

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in 통영편 첫 번째 글 '12공방 장인들의 어느 날' 입니다. 많이 늦었지만.(으흐흑)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과거 12공방 장인들에게 어느 날 출세를 위한 뇌물을 만들어 달라는 지방 관리의 요청에 잠시 위기를 겪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설정 자체가 픽션이나 옛날에는 이런 경우가 많았다는 소릴 듣고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자체와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은 상상이니 감안하여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2공방이 뭐냐? 궁금하시면 관심을 가지고 알아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검색어 "통제영의 12공방"입니다.


* 아래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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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공방 장인들의 어느 날



먼지를 한 가득 뒤 짚어 쓴 무리가 주석방 건물 뒤와 높은 벽 사이 어두운 곳에 모여 있다. 다들 거친 입을 놀리고 있는 가운데 수줍은 듯 뒤로 물러서 있는 소년이 혹시나 들킬까 주위를 살피고 있다.

이런 적이 한 두 번인가. 적당히 맞춰줍시다.”

할 일이 태산인데 그 놈의 뇌물 만들어 준다고 허리가 아주 나가겠네!”

그래도 이곳에선 힘 있는 자이니 무시할 순 없습니다.”

하아...”

그때 쭉 찢어진 눈과 역삼각형 얼굴을 가진 옻칠 장인이 툭 튀어나온 입으로 말한다.

이참에 본때를 보여주는 건 어떻습니까?”

한 평생 험한 일만 한 듯 우락부락한 몸과 상처투성인 손을 가진 주석방 장인이 험악하게 생긴 얼굴을 더 찌푸리며 말한다.

뭐 어떻게 말입니까?”

아주 형편없는 가구를 만들어 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관리들이 우리들에게 뇌물 만드는 일 따위 맞기지 않을 겁니다.”

.. 그래도 되는가?”

무리 중에서 가장 체구가 작은 선자방 장인이 근육 덩어리들 사이에서 작은 얼굴을 내밀려 말했다. 그의 소심한 말투에 옻칠 장인이 다시 침을 튀겨가며 말한다.

무슨 상관이랍니까?! 우리가 가마니입니까? 더 이상 참을 순 없는 노릇입니다!”

모두가 내키는 눈치는 아니지만 부정할 순 없나보다. 반박하는 목소리가 없다. 그때 그들 무리 위로 그림자 하나가 지나간다. 벽 위 높은 곳에 사람이 지나간 것이다. 그러자 다들 화들짝 놀라며 위를 쳐다본다. 그러나 지나간 사람이 그들을 보지 못한 모양인지 벽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안심하고 서로 눈치를 본다.

크흠.. 일단 흩어진 다음 밤에 다시 봅시다.”

그러죠.”

부리나케 자리를 떠나는 그들이다.

 

소목방 장인 밑에서 일을 배우는 19살 소년은 아까 전 벽 아래 들었던 대화가 계속 생각이나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 멍 때리고 있는 모습을 장인에게 들킨다.

뭐하느냐! 어서 나무를 나르지 않고!”

.. .. 죄송합니다.”

쯧쯧... 칠칠맞기는... 네가 12공방에서 가장 덜떨어졌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내가 얼굴을 못 들고 사는데, 좀 정신을 차리면 어디가 덧나는 게냐?”

죄송합니다.”

소문이 쉽게 바뀌겠습니까... 소년은 소심하게나마 마음속으로 장인에게 투덜거리며 계속 일을 하였다. 12공방은 방마다 서로 굉장히 끈끈한 관계아래 운영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간의 교류를 하다보면 각 방마다 특징에 대해 알게 되는데, 소목방의 특징은 덜떨어진 놈이 앞으로 장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덜떨어진 놈이 소년이다. 소년도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제자가 되지 않으려고 했지만 끝까지 소년을 놓지 않고 가르치는 장인 때문에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찔끔 눈물이 고이는 소년이다.

그렇기에 서로 협동도 잘 되는 12공방. 은밀한 작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소목방 장인은 승진하여 한양으로 가고 싶은 이곳 토막이 관리가 부탁한 뇌물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 관리가 부탁한 것은 나전이 살짝 박힌 서랍장이었다. 옷을 많이 넣어도 될 만큼 큰 서랍장을 원했기 때문에 장인은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나무를 다듬었다. 그러나 나무를 해치거나 망가트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형편없는 가구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작전과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장인. .. 정말 가구를 망가트릴 것입니까?”

그래.”

소년이 장인의 옆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혹 누군가 주위에서 듣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장인은 그런 소년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나무를 다듬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이리 열심히 하십니까?”

구지 내가 망가트리지 않아도 될 것 아니냐.”

?”

그 입 튀어나온 놈 말이다. 옻칠 장인이다. 말을 꺼낸 사람이 하겠지. 나는 평소대로 하면 되느니라.”

네에...”

그러면서 계속 나무를 다듬는 장인의 이마에서 먼지가 섞인 땀방울이 흘렀다.

 

늦은 밤. 다시 모인 12공방 장인들은 고된 일을 마친 뒤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소목방 장인도 소년을 데리고 은밀한 장소에 모였다. 그때 주석방 장인이 도깨비 같은 얼굴을 내밀려 말한다. 안 그래도 주위가 어두워 모두가 화들짝 놀란다.

여긴 어디요.”

! 깜짝이야... 안 그래도 험악하게 생긴 얼굴 인상 좀 피고 말하면 어디 덧납니까?”

내 인상이 어떻다고 그러시오.”

기껏 조용한 장소에 모여 놓고선 다들 고삐를 풀고 으르렁 거렸다. 다들 고집이 세 말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때 이 상황을 정리하고자 옻칠 장인이 두 손을 들며 말한다.

자자 진정들 하세요. 지금 우리는 몰래 만나는 겁니다. 일단 여기는 내 아는 사람 집입니다.”

크흠.. .”

모인 이유가 다시 생각이 났는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자 옻칠 장인이 다시 말한다.



그럼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어보겠습니다. 가구를 어떻게 망가트릴 것인지 의견을 내어보세요.”

그러나 찾아온 낯선 침묵. 다들 성격에 맞지 않게 입을 다물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서로 본인이 가구를 망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옻칠 장인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아니 누구라도 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때 소목방 장인이 옻칠 장인을 보며 말한다.

장인께서 말을 꺼냈으니 장인이 하셔야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말이요? 에이~ 옻칠로 망치는 것은 바로 티가 나지 않습니다.”

그건 장인이 하시기 나름 아닙니까?”

크흠,,,”

말이 없는 옻칠 장인. 이에 소목방 장인이 지그시 눈을 감으며 진지하게 말한다. 괜히 뒤에서 긴장하는 소년이다.

뇌물로 들어갈 가구에 제가 할 일은 모두 다 마쳤습니다. 다음으로 나전 장인께서 해주셔야 합니다. 장인께서 나전으로 가구를 망칠 생각이 있습니까?”

... 나전으로 망치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겠죠. 늘 완벽하게 완성하는 것만 연습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아마 이 중 누구도 하지 못할 겁니다.”

뒤에서 바들바들 떨며 소년은 장인의 뒷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장인은 어깨도 저 넓은 바다처럼 아득히 넓었고 고요했으며 푸르렀다.

저도 잠시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출세가 고파 우리를 부리는 관리들이 몹시 미워서 그래도 되겠지 싶었지요. 그런데 늘 하던 것처럼 나무를 다듬다보니 그런 더러운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 더러운...”

옻칠 장인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이 한 말이, 자신이 생각한 것이 더럽다는 말에 깊은 생각에 빠지는 옻칠 장인이다.

우리는 장인입니다. 오로지 한 분야만을 갈고 닦아 이름을 걸어도 될 만큼의 수준을 갖춘 사람이라 말입니다. 잠시라도 그런 치졸한 생각에 빠진 제가 한심합니다. 부디 다른 장인들께서도 생각을 바꾸십시오. 고약한 놈들의 뇌물이면 어떻습니까. 그들처럼 뇌물이나 받치지 않는 입장이라 저는 오히려 다행입니다.”

모두가 소목방 장인의 말에 공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얼굴을 부드럽게 펴고 다시 말하는 소목방 장인.

자 다들 집으로 돌아갑시다. 일하느라 지쳤을 텐데 푹 쉬고 내일 봅시다.”

그러자 다들 일어서며 서로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다만 옻칠 장인만 나가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런 옻칠 장인을 소목방 장인이 흘긋 쳐다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소년도 그런 장인을 졸졸졸 따라 나갔다.

 

다음 날 아침. 힘찬 소리를 내며 아침의 활기를 내뿜은 12공방. 소목방도 그윽한 나무냄새를 풍기며 작업 중이다. 오늘은 소년이 꽤 어려운 기술을 배우는 날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가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해봐라.”

!”

장인은 얇은 나무 하나하나를 붙이더니 줄무늬를 만들었다. 소년은 그 모습에 감탄을 하며 박수를 친다.

!! 장인 대단하십니다!”

! 방정 떨지 말고 이젠 네가 할 차례다.”

!”

소년은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으로 나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렇게 한 참을 바라보더니 그제야 나무 하나를 든다.

나무 하나 드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이냐.”

.. 긴장이 됩니다.”

못해도 좋으니 망설이지 말고 해봐라.”

...”

다시 집중하는 소년. 그때 문 넘어 옻칠 장인이 소목방 장인을 부른다.

... 자네 잠시 나랑 얘기 좀 하세.”

“... 알겠네. 너는 계속 연습하고.”

.”

소목방 장인이 나무 가루들을 밟으며 옻칠 장인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문 앞에서 얘기할 생각인 장인에게 옻칠 장인은 계속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한다. 아마 소년이 들으면 안 되는 얘기인가보다. 장인이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문지방을 넘어 옻칠 장인을 지나 마당으로 나갔다. 옻칠 장인도 기죽은 표정으로 그를 따라 마당으로 나갔다. 소년이 궁금해서 그 둘이 있는 곳을 향해 귀를 쫑긋 거리면 옻칠 장인의 한숨소리만 들렸다. 그러나 대충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연습을 하는 소년. 옻칠 장인은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소목방 장인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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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HiJ] 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합천편 두 번째 - 남명의 탄생

인턴쉽/친구들 2014.10.08 04:26

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in 합천편 그 두 번째 '남명의 탄생'입니다. 8월 초 쯤에 태어나셨다는 남명 조식 선생의 탄생을 제 상상으로 만든 내용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조식 선생의 아버지께선 본명이나 어머니의 이름은 알 수 없어 제가 지었습니다. 또한 남명 조식 선생이 외가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근거는 없으니 전체적으로 픽션이 강합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아래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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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남명의 탄생

 

아허.... 아허... ~ 아따 시미야

공작새의 깃털만큼 고운 단홍색 천이 왜 저렇게 남산만하나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솜털이 보이는 작은 손이 보인다. 스담스담. 토닥토닥. 이 세상 어느 귀한 보물보다도 값진 무언가가 들어있는 듯 손은 애정이 가득 담긴 손길을 멈추지 않는다. 그에 비해 치마 속에 가려진 두 다리는 겨울나무처럼 파르르 떨고 있었다. 툭툭. 툭툭. 반대 손은 어디로 갔을까?

허리 아프나? 고마 쉬었다 갈까?”

아닙니더. 조깨만 가면 집 아입니꺼

연희는 큰 배를 앞으로 내밀고 턱을 아래로 내린 채 허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언형은 그 모습이 안쓰러워 괜히 그녀의 무거운 어깨를 주물렀다. 그에 비하면 연희는 너무 행복한 얼굴이다.

요안에 누런 용님 배고플라 얼른 가야지예.”

그래 가자

또 그 놈의 용님 소리... 태몽에서 누런 용을 보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자랑을 한다. 저렇게 좋을까...

장맛비에 젖어 축축해진 흙길을 언형이 먼저 연희가 뒤에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 살짝 물기에 젖은 신발과 축축한 흙이 서로 맞물리면서 습기가 가득한 발소리가 났다. 언형보다 더 묵직한 발걸음을 하고 있는 연희는 그 소리마저 노래처럼 들렸다.

흐흥~ 흐흥~”

저절로 콧소리가 나는 따뜻한 어느 여름. 이곳은 초록이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파릇파릇거리는 토골마을이다.

 

연희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방에 들어가 누었다. 그런 다음 살짝 젖은 버선을 벗으면 임신 때문에 부은 발이 불쑥 나왔다. 연희가 얼굴이 찌푸리며 발을 주무른다.

하이고 내 팔자야.”

그러면서 조목조목 억울한 자신의 심정을 혼잣말로 말하는데, 입술이 위로 삐죽 아래로 삐죽 거리며 투덜댔다.

? 새언니야만 여자가? 내도 이리 귀한 생명을 품었는디, 와 내만 차별하는 기가?”

그러면서 치맛자락을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펄럭펄럭. 가랑이사이로 땀이 차나보다.

상전이 따로 없어 상전이... 정작 이집 딸내미는 이 고생을 하고 있으니...

임신기간 동안 단 한 번의 호강도 누려보지 못한 연희는 방금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그래도 남편이 같이 가주어서 조금은 수월하게 마치고 돌아왔다지만 억울한 것은 억울한 것이다. 하필 새언니와 같은 시기에 임신을 해서... 대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연희 집에 왔나?”

그때 문 넘어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연희는 팔로 바닥을 집고 낑낑거리며 똑바로 앉았다. 갑자기 연희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

니 서방 어디갔노?”

같이 들어왔는데 못 봤나?”

삐걱대며 열리는 문 뒤로 어머니의 얼굴이 나타났다. 뭔가 더 일을 시킬 것 같은 느낌에 연희는 귀찮음이 몰려왔다.

! 내 서방은 와 찾는데?”

시장에 가서 단 것 좀 사오라고, 니나 니 새언니나 임신했으니깐 단 거 안 먹고 싶겠나? 어딨노 니 서방

~ 엄마는 내 식성도 모르나? 내는 계속 신 거 먹고 싶어 했다. 단 거는 새언니야가 먹고 싶겠지!”

고마 주는 대로 쳐 먹어라! 됐고! 니 서방 어딨냐고!”

! 몰라! 내가 우째 아는데! 그리고 내 서방은 왜 부려먹는데 아랫사람 시키면 되잖아.”

집 안에 있던 종들 모두 이번 장마 때문에 동네 아래에 있는 강이 넘쳐서 거기 일 도와주러갔다.”

그라면 오라버니 시키면 되잖아! 내는 안 먹을 거니깐 오라버니 시켜라.”

니 오라버니는 아버지랑 얘기 중이다. 고마 니 서방 보내라.”

싫다! 내 서방도 귀한 사람이다! 이제 고마 부려먹어라!”

가시나가 마... 성질이 그래 더러워 가지고 애가 잘 태어나겠나?”

와 또 내 아를 욕하노! 내 아면 엄마 손주다.”

이런 막돼먹은 대화도 수십 번. 연희는 점점 지쳐갔다. 이 집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면서도 연희는 저번에 집으로 불쑥 찾아왔던 예언가가 이번 년에 이 집에 태어날 아이가 커서 성현이 될 거라고 한 것이 마음에 걸려 이 집을 떠날 수가 없었다. 새언니는 막 임신을 했으니 내년에나 아이를 낳을 것이고, 이번 년에 태어난다는 아이는 분명 연희의 자식일 것이다. 연희가 갑자기 경박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으히히힝 으흐흐흥.”

이게 드디어 미쳤나? 됐다! 고마 더러워서 안 시킨다. 디비 자라!”

그러든지 말든지~”

아버지나 어머니나 집안사람들 모두가 그 예언자를 보고 정신 나간 놈이라고 욕했지만 연희는 그 말을 절대적으로 믿고 싶었다. 꼭 듬직하고 건강한 아들이 태어날 것이다.

두고 봐라! 내 아가 얼마나 잘 크는지!’

연희는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웃음을 참아보았지만 너무 기쁜 나머지 손가락 사이로 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그 동안의 설움이 싹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맴맴맴... 맴맴맴... 고막을 두드리는 매미소리가 집 안에 울린다. 열정을 다해 마지막을 준비 중인 매미들의 두려움이 담긴 소리였다. 그 소리를 따라 걷고 있는 연희는 진푸른 천을 덮은 듯 깜깜해진 여름밤의 시원하고 축축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 중이다. 연희는 왠지 이 진푸른 어둠이 좋았다. 자신의 아이와 같은 상황이 된 것만 같아서 자주 밤에 나오게 된다. 연희의 아이도 그녀의 배를 덮고 진푸른 어둠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덮고 축축하겠지만 마지막을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을 것이다.

아가야... 좀 만 기다리레이. 꼭 참고 좀 만 기다리레이.”

연희는 둘이지만 아직은 하나인 자신과 아기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매미가 더욱 째지게 운다.

맴맴맴... 맴맴맴... 연희는 편안한 표정으로 살며시 눈을 감고 그 소리에 집중하였다. 공기를 한 가득 마시는 듯 코가 벌렁거렸고, 힘이 없는 가슴은 부풀려 올라갔다. 하나! ! !

-”

입을 열면 그녀의 가슴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간 뜨거운 공기가 다시 빠져나왔다. 그 뜨거운 공기는 돌덩이처럼 무거워 땅으로 떨어졌다. 불안감. 두려움. 무서움이라는 단어가 담겨있는 공기였다. 그녀가 후련한 듯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만족스러운 가보다.

 

연희는 괜찮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지금 상황이 너무 싫고, 무섭다. 이대로라면 꽥 죽을 것 같아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우짜면 좋노. 내 무서워서 아 몬 낳겠다.”

괘안타. 눈 질근 감고 힘 팍 주면 쑥 나올기다. 내가 니를 얼마나 빨리 낳았는데, 고마 조깨만 참으라.”

눈 감기 무섭다고!”

괘안타- 괘안타-”

더위가 공기를 움켜쥐는 무더운 여름. 드디어 연희의 해산일이다. 콧물을 훌쩍이며 두려움에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연희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내는 낳는데 얼마 걸렸는데?”

고마 쑥 하고 낳았다.”
해가 머리 바로 위에 있을 때 시작해서 살짝 어두워질 때 끝났습죠.”

대충 걸린 시간을 말하지 않고 넘기려는 어머니 옆에 여종이 불쑥 얼굴을 내밀려 말하였다. 그 말에 연희는 더욱 두려움에 떨었고, 어머니는 여종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나무랐다.

밖에는 언형과 아버지 그리고 오라버니와 새언니가 긴장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오래 서있으면 안 좋다고 아버지가 계속 새언니를 방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똥고집을 피우며 계속 연희의 무사한 해산을 기다리는 새언니다. 아버지는 계속 언형의 어깨를 툭툭 치며 무언의 위로를 보냈다.

하늘을 찢을 듯 날카로운 비명이 방 넘어 쏟아지고, 밖에서 긴장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몸을 움츠렸다. 고약한 성격이 해산할 때도 들어나는 연희이다. 연희의 해산은 이른 새벽에 시작해서 해가 중천에 뜰 때 끝이 났다. 아이는 울음소리가 건강한 남자아이였다.

 

다음 날. 연희는 여종의 품에서 칭얼거리는 아들을 계속 달래고 있었다. 성은 조 이름은 식이라 지은 아들은 건강하다 못해 넘치는 힘을 울음으로 풀고 있었다.

아가 왜 이리 울어 재끼노. 참말로 답답해 죽겠네.”

원래 이 때는 다 이렇습니더 지가 계속 달래볼께예

그때 방문을 열고 어머니가 들어왔다. 어머니는 연희와 따로 할 말이 있는지 식이를 안고 있는 여종을 잠시 밖으로 내보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연희를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는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미역국은 잘 묵었나.”

잘 안 넘어가서 못 먹었다.”

미역국을 잘 먹어야 된다.”

안다. 좀 있다 먹을 기다.”

“... 연희야.”

말문을 트고도 계속 주저하는 어머니를 연희는 다정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어머니가 할 말을 연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니 신거 좋아한다고 했제. 내 배돌이에게 시장가서 사오라고 할까?”

배돌이는 주로 잔심부름을 하는 종이다. 연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됐다. 그런 건 임신할 때나 먹고 싶지 지금은 안 먹고 싶다.”

그러자 어머니가 굉장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연희의 가녀린 손을 잡았다. 이에 연희는 더욱 밝게 말한다.

내 단 거 먹고 싶다. 많이 사서 새언니야랑 같이 갈라 묵자.”

그럴래?”

.”

어머니가 결심한 듯 마른 침을 힘겹게 삼키고는 주름진 얼굴로 환하게 웃는다. 연희는 맑은 우물 같은 눈동자로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늙은 어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눈은 이해. 공감. 북받쳐 오르는 미안함을 담고 있었다.

내나 니 애비가 오라버니랑 니를 차별하는 거는 조깨만 이해하고 살자. 내는 안 그라고 싶었는디 자꾸 니 애비 닮아가는 것 같다. 오라버니는 장남아이가 아들이니깐 쪼매 잘해주는 거 빼고는 내나 애비나 너그들 사랑하는 것은 똑같다.”

안다.”

그래 내 배돌이에게 떡과 엿 좀 사오라고 할게

지친 듯 어깨가 한 없이 작아진 어머니가 나가고, 뒤늦게 울음이 찾아온 연희는 울먹임을 참으며 살짝 고인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는 과장된 목소리로 밖에 있는 여종을 부른다.

다시 들어온다. 내 잠시라도 아들 안 보면 애가 타서 뒤질 것 같다!”

그러자 다시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종. 그 품에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새근새근 자고 있는 식이가 있었다. 당장이라도 안고 싶은 귀한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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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HiJ] 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제목 : 龍암서원

인턴쉽/친구들 2014.09.05 09:15

이번 글은 전 글 설명서를 읽으면 알 수 있듯이 "이야기들" 중 하나 입니다. 소설이고요. 미흡하더라도 예쁘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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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과 관련해서 지식이 필요하시다면 검색을 추천하고요. 만약 직접 알고 싶으시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기본적인 배경으로 용암서원은 합천군 삼가면 외토리에 있는 뇌룡정 뒤 용암서원을 말합니다.(검색창에 그냥 용암서원을 치면 다른 지역의 용암서원도 같이 뜹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龍암서원인가? 일단 저 한 자는 용 용자인데요. 자세한 건 글을 읽으면 아실 겁니다. 또 다른 추가 설명으론 용암서원은 남명 조식 선생을 기리는 곳으로 사당과 같이 있고, 집의문은 용암서원의 현관문이라 생각하시면 되고요. 거경당은 용암서원 정 가운데 학생들이 공부하던 곳입니다. 집의문과 거경당은 그 이름 자체가 나름 의미가 있어 찾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내용을 보시면 연못에서 고요하게 있다가 우뢰 같은 소리를 내고, 시체처럼 있다가 용처럼 나타나라는 말은 뇌룡정에 가보시면 한문으로 나무판에 크게 적어 매달려 있습니다. 보러가시면 더 좋을 것 같기도 (이힣) 합니다. 


또 이야기에 대한 짧은 설명은 "별"을 바라보고 있지만 별의 무거움에 지쳐 대형 사고를 치는 용암서원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그 '별'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독자에 따라 그 '별'이 어떤 가치? 어떤 괴로움? 어떤 희망을 주는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술이야기가 들어가지만 불건전한 내용은 절대 아니고요. 문학적으로... 부족한 면이 분명 있겠지만, 그 점과 또 이 곳에 대한 설명과 역사 속에 픽션을 넣은 점을 유심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로 인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합천에 있는 남명 조식과 관련된 문화재에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관심을 가져주시길 또 그로인해 문화재 보존이 더 잘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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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서원

 

때는 광해군이 3년을 통치하고 있는 1611년 8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임진왜란이 조선을 떠난 철새처럼 사라진지13년 후이다이 날도 어김없이 용암서원에서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 만약 위 사진이 플레이 되지 않는다면 한 번 클릭해서 창으로 보시면 사진이 바뀔 거예요. 


온몸을 조이는 갑갑한 침묵이 사방을 가득 매웠다그 가운데 학생들은 가만히 앉아 한 곳만을 쳐다보고 있다그곳엔 산신령처럼 희고 긴 수염을 아기 머리를 쓰담 듯 만지고 있는 선생이 근엄하게 앉아있었다.

남명 슨생께선 이런 말을 했데이.”

했데이했데이했데이... 탁 트인 공간이라 선생의 말이 메아리가 되어 여러 번 소리가 났다그 소리들을 다 튕겨낸 듯 매끄러운 나무 바닥이 보인다.

깊은 연못처럼 고요~하게 있다가 우레 같은 소리를 내고잉 시체처럼 자빠져 있다가 용처럼 나타나래이

나타나래이나타나래이나타나래이... 왼쪽 맨 끝에서 누군가 머리를 앞으로 쭉 내밀고 귀를 쫑긋 거렸다선생과 자리가 멀어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그러나 결코 어깨 아래는 움직이지 않는다움직임을 참고 있는 듯 장난 끼 많은 대박의 손가락이 꼼지락거렸다대박은 선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묻기 위해 부룡을 불렀다.

-”

는 쉬거리는 바람소리처럼 조용히 대박의 입을 거쳐 부룡의 귀에 도착했다부룡은 눈동자로 빠르게 대박을 쳐다보고는 다시 앞을 보았다.

.”

는 풀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처럼 사뿐히 바닥을 기어 부룡의 입에서 대박과 대박의 옆에 있는 열공이의 귀에 도착했다열공는 둘만의 은밀한 대화가 궁금해졌다.

니들 무슨 얘기하노?”

니들 무슨 얘기하노?’는 조약돌이 굴러가는 소리처럼 바닥을 때리며 열공의 입에서 대박과 부룡 그리고 그들 주위에 있는 6명의 귀에 도착했다그들은 침묵을 조심스럽게 깨는 열공을 흘깃하고는 다시 앞을 보았다.

니 말고

니 말고는 나무로 만든 고물 의자를 살짝 끄는 소리처럼 부룡의 입에서 열공과 열공 주위에 있는 8명의 귀에 도착했다열공과 그 8명은 귀를 살짝 찌르는 그 소리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부룡은 갑자기 9명의 시선이 자신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자 살짝 당황하였다대박이 이를 알고 열공의 허벅지를 툭 쳤다.

!”

-’는 살짝 !’는 갑자기 열공의 입술사이로 삐져나왔다순간 부룡대박열공의 주위를 감싸던 침묵이라는 매듭이 풀렸다그러자 전염병처럼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수염을 만지던 선생의 손이 멈추었다.

뭐시고?”

뭐시고뭐시고뭐시고... 진지한 분위기를 쿡 찔러 바람 빠지는 소리가 마루 넘어 마당까지 울렸다부룡과 대박 그리고 열공이 허리를 펴고팔을 안으로 모은 채 고개를 빠르게 올렸다선생의 눈에 그 세 명이 들어왔다.

부룡 대박 열공니들이가.”

니들이가니들이가...

!”

니들이가는 뱀처럼 기어와 대박에게 공포를 주더니 혀를 날름거리며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세 명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대박은 순간 입에서 놓쳐버린 을 주워 담지 못해 절망했다.

나온나.”

무겁게 툭 떨어지는 선생의 말그 세 명은 바닥과 혼연일체라도 된 것처럼 멀뚱히 앉아있었다선생의 관자놀이가 꿈틀거렸다.

나온나!”

순간 모든 학생들이 눈을 질근거리며 몸을 뒤로 뺐다선생의 포효가 거센 바람이 되어 학생들이 앉아있는 마루를 훅하고 지나간 것이다그때 부룡이 온몸으로 겁을 참으며 일어섰다그러자 뒤에 앉아있던 대박과 열공이 당황하여 서로를 쳐다보았다.

우짜지?’

부룡이 저 겁도 없는 놈!’

부룡이 나가고남은 두 사람은 아직 뭉그적거리며 앉아있었다선생의 눈이 그 둘을 향했다.

이대박하고 노열공은 안 나오나.”

그 둘도 마지못해 앞으로 나갔다드디어 세 사람이 모두 앞에 서면 선생이 일어섰다학생들은 모두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학생들이 윽!하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다음 !’보다 더 묵직한 소리가 나면 두 손을 모으며 모두 고개를 숙였다잠시 후 세 사람 중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나면 학생들 중 가장 겁이 많은 학생이 두 손으로 눈을 가려버렸다.

 

노열공 니 때문이다!”

어두운 하늘을 향해 부룡의 목소리가 솟아올랐다이에 열공은 헤~거리는 얼굴을 내밀려 말했다.

뭐라고와 내 때문인데내는 그냥 무슨 얘기하는지 물었을 뿐이데이~”

그러자 대박이 열공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치며 말했다.

니 취했나어디서 그 누런 낯짝을 들이밀고 난리브레레레

대박의 혓바닥도 취한 것 같다.

내 안 취했다그럼 니는 입에 지렁이를 뒀나 혀를 꼬고 지랄이고!”

안 취혀헤 으버버 딸꾹

니 취했네!”

털썩... 날이 저물고 여름의 열기가 점점 식어가는 늦은 밤주위에선 매미가 울고 있고주막에는 혓바닥이 꼬인 애벌레들이 옹알이를 하며 상 위를 기어간다침을 질질 흘리고눈동자를 뒤집고는 정신을 놓아버린다대박도 그렇게 상에 엎어졌다.

이대박이대박... 혀를 꼬고 지랄발광을 다 떨더니 엎어져서 쳐 자네깨워봐라.”

부룡은 대박의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몸을 왼쪽으로 기울었다 오른쪽으로 기울었다하는 열공의 어깨를 툭툭 쳤다.그러자 열공이 화들짝 깨며 주위를 급하게 둘러본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더 슨생님!”

“... 뭐라노

... 여기 주막이가하이고... 하이고... 내 살았데이

헛소리 그만하고 대박이 집까지 데려다줘라.”

열공은 셋 중에서 가장 적게 먹어서 그런지 잠기운만 조금 올뿐 취기는 덜했다부룡이 하는 말을 곱씹어보는 열공이다.

“...내가 와!”

그냥 마 해라내는 여서 더 먹다 갈 테니깬.”

피휴~... 알았다그라면 내도 대박이네 갔다가 바로 내 집에 간데이?”

그래라

조깨만 마시고 가래이

알았데이

대박의 팔을 잡아당기며 뒤돌아선 열공갑자기 불안한 느낌이 들어 다시 돌아본다.

... 진짜로 조깨만 마시고 집에 바로 들가라잉~”

알았다고니가 내 마누라가와 쓸데없이 참견 질이고!”

열공은 부룡의 빨개진 두 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아니... 불안한데...

알았다고마 내 딱 세 잔만 마시고 들어갈게

참말이제?”

어야~”

내 니말 믿고 간데이?”

순간 그래 설마 더 먹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찜찜하지만 열공은 대박을 부축하며 주막을 나섰다홀로 남은 부룡오른팔을 번쩍 들며 소리친다.

주모 여기 술병 하나만 더 주이소

 


용암서원남명 조식 선생을 기리는 마음으로 후에 지어진 서원이다부룡과 대박열공이 오늘 낮에 공부하던 곳이다그곳에 늦은 밤 부룡의 그림자가 살며시 문 앞에 섰다.

~상에 시~상에 우리 남명 슨생께 내가 몹쓸 짓을 할 뻔했데이.”

집의문 앞에 선 부룡은 옷고름을 잔뜩 푼 채 비틀거리며 서있었다오른손 손바닥은 어디서 굴렀는지 살갗이 까져있었다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오른쪽 무릎에 흙이 잔뜩 묻어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어디서 고꾸라졌을 것이다.

내 잘 주무이시소하고 절하고 가야제~”

오늘따라 부룡은 술을 과하게 마셔서 스스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없게 되었다그러자 이름만 듣던 먼 스승에 대해 늘 갖고 있던 관심이 툭 튀어나왔다부룡이 집의문 바로 앞까지 걸어갔다.

시체처럼 자빠져 있다가 용처럼 나타나래이~”

부룡의 울부짖음이 메아리가 되어 마을 전체로 퍼져갔다마을 곳곳에 있는 집들이 꿈쩍 놀라며 용암서원이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대체 용처럼 나타나야 헐 때가 언제고!”

부룡은 울부짖으며 고개를 높이 들었다그의 눈에는 별이 들어있었고손에는 그 별의 무거움이 들어있었다손을 꽉 쥐며 다시 말했다.

좋다내 오늘 한 번 용이 되어보제이!”

그러다 갑자기 부룡에게 무모한 자신감이 생겼다부룡의 빨간 볼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전군돌격내를 따르래이~”

그러더니 갑자기 삼문으로 된 집의문의 가운데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무릎을 가슴까지 올리며 격하게 걷는 부룡은 그 문을 넘어서자마자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었다.



으화화화화!!! 이제 내가 용이데이용이라고~”

삼문 중 가운데 문은 혼만 들어갈 수 있는 문이라 하여 어칸이라고 한다또한 예외적으로 왕만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살아있으며 왕이 아닌 자는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만약 들어가게 된다면 가혹한 벌을 면치 못할 것인데부룡은 술에 잡혀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부룡의 앞으로 용암서원의 넓은 마당이 보였다그 마당을 가운데 두고 왼쪽오른쪽정면에 건물이 있었다그 중 정면에 있는 거경당이 오늘 부룡과 대박열공이 공부하던 곳이었다그 거경당을 넘어 남명 조식 선생을 기리는 사당 앞에 섰다그러더니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냅다 절을 하는 것이다.부룡의 이마가 흙과 풀이 있는 맨바닥에 부딪쳤다.

절 받으소!”

흙의 진한 냄새라도 맡는지 코로 공기를 훅 빨아들이고는 다시 일어섰다그리고 다시 흙이 덕지덕지 묻은 이마를 바닥에 문질렀다용이라고 말하기엔 남우세스러운 광경이었다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이 어두워서 누가 있는지도 없는지도 알 수 없었다한참 바닥과 교감을 하던 부룡이 일어났다.

~”

부룡의 입에서 술 냄새가 공기를 타고 퍼져갔다빨간 볼도 서서히 식고 있었다.

이제 고마 가겠습니더슨생님!”

흙 위로 신발을 질질 끌며 걸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다음 날오줌이라도 마려운지 계속 다리를 떨고 있는 부룡이다필시 어제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니 오줌 마렵나뒷간에 가라.”

아이다.”

아니면 와 그래 다리를 떨고 있노.”

대박이 부룡의 오른 다리를 툭툭 건들며 물어 본다괜히 짜증이 나는 부룡이다.

마 신경 끄라니가 무슨 상관이노!”

와마쪼깨 신경 써준다고 지랄하네.”

“...”

신경질 적으로 대박을 밀치며 부룡은 등 돌려 앉았다덩달아 기분이 상한 대박은 침 튀겨가며 욕을 했다괜히 신경이 쓰인다궁금한 것도 있고조금 걱정이 돼서 말이다대박은 부룡의 술버릇을 안다부룡은 술을 먹으면 남들보다 괴상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많이 저지른다지금까진 대박과 열공이 막거나 일이 생겨도 뒤처리를 해주었지만어제는 혼자 돌려보냈으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 어제 잘 돌아갔제?”

대박이 부룡의 등에 대고 말한다그러나 계속 다리만 떨뿐 묵묵부답이다옆에서 안하던 공부를 하는 열공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어제 부룡을 혼자 두고 가는 것이 아닌데... 라고 생각하기엔 이미 늦었다열공의 눈에는 부룡이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게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제발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게 되는 하루였다그러나 그런 바람도 잠시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관군들 때문에 세 명은 뒤로 자빠졌다.

여기 김부룡이라는 자가 있소?”

순간 관군들의 발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조용해졌다입에 떡이라도 숨겼는지 모두 벙어리가 되었다그러나 눈길만큼은 거짓이 없었다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부룡을 쳐다보는 것이다눈치 빠른 관군들이 부룡의 양팔을 잡고 마당으로 끌고 왔다.

.. 이게 무슨 짓이라예... 내가 뭐... 뭘 잘 못했다고...”

관군들의 묵직한 힘을 벗어나려는 발버둥도 잠시목소리가 작아지고 온몸이 굳는 부룡학생들 모두 숨죽여 부룡의 등을 쳐다보았다꼭 물에 빠진 생쥐처럼 어깨머리등이 축 쳐져있었다.

진정 당신이 한 짓을 모르겠단 말이오?”

... 글쎄예... .. 지는 모르겠는데예

이곳 선생은 알고 계실게요.”

관군이 갑자기 방 안에 쉬고 계시는 선생을 불렀다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문을 열고 나오는 선생이다선생은 여전히 딱딱한 몸짓으로 걸어온다그러나 그 속에는 믿을 수 없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따... 남명 슨생님참말로 부룡이 자가 그랬단 말인교..’

선생은 관군과 부룡의 앞에 서선 마른 침을 삼켰다.

오늘 아침 선생께서 관에다 누가 서원의 가운데 문을 연 것 같다고 말했지 않았소.”

“... 그랬지예

그래서 어젯밤 용암서원의 가운데 문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간 것까지 목격했다는 사람을 찾았소.”

그래서... 우째되었서예.”

저 자라는 군.”

관군은 굵직한 검지로 부룡의 이마를 가리켰다그 손길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선생이다.

.. 슨생님

부룡이 애타게 선생을 불렀다이미 파랗게 질린 선생의 얼굴엔 침착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또한 그 눈동자는 앞에 있는 부룡을 담지 못한 채 허공을 쫓고 있었다.

.. 그라믄 우째.. 되는 거라예.”

“... 관으로 끌고 가겠습니다.”

선생의 얼굴이 절망적으로 변한 것을 본 관군은 얼른 이 상황을 끝내고 관에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부룡을 다시 끌고 오라 말하고는 뒤돌아 집의문을 향해 걸어간다.

으악내 죽을 죄을 지었어예잘못했어예한 번만 살려주이소!”

양팔을 잡힌 채 두 손을 열심히 비볐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관군들이다반쯤 정신이 나간 얼굴로 부룡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아아아!!! 내 우짜면 좋을고!”

그러다 팔을 풀고 도망치면 관군들이 부룡의 양다리를 잡고 끌었다기어이 엎어진 채 끌려가는 부룡이다저 멀리 거경당 마루 위에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대박과 열공은 그 불안감의 정체를 알고는 살려 달라고 팔딱이는 고등어 한 마리를 애절하게 바라보았다.

스으윽스으윽끌려가면서 부룡의 턱팔꿈치손바닥볼이 바닥에 쓸려 상처가 생겼다덤으로 온몸으로 뿌리치려고 있으니 더 상처가 생겨났다모두가 눈살을 찌푸렸다.

한낱 날개 이른 잠자리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부룡은 끝내 집의문 뒤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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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HiJ] 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 - 설명서

인턴쉽/친구들 2014.09.05 09:06

안녕하세요! 오래만인 HiJ 정은희 입니다. 밑 글은 제 블로그에 올린 글을 그대로 쓴 것입니다. 컨셉이 무뚝뚝 말투라서 (ㅌㅎ) 이해해주시길 바라고요. (원래 여기서도 무뚝뚝하지 않았나;;) 아무튼 당분간 저는 "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와 관련해서 글을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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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몇 일 전이지만 "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를 위해 합천에 갔었다.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님을 통해 알게 된 제작년에 블로그 팸투어(소빛블로그를 쳐보세용~) 처럼 하는 것이라는데, 청소년만 가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달랐다. 그곳에 가서 남명 조식과 관련된 문화재,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문화재, 일제강점기 때 삼가 쪽으로 모인 수 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 의병 활동을 한 것과 관련해서 기념한 곳 등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고 듣고 왔다.


합천에 간 이야기는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일을 다 끝내고 천천히 올릴 생각이다. 거기서 본 거 먹은 거 등 다 넣을 예정이다. 


그래서 일단 먼저 올릴 것들은 바로 그 '이야기들'이다. 경남이야기 청소년탐방대란 것은 청소년들이 경남을 보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고로 나는 경남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일단 이 프로그램 계획이 총 탐방을 세 번 가는 것으로 현재 그렇게 진행 중이며 8월 24일 합천에 간 것이 첫 번째였다. 그래서 이 글 다음으로 올릴 예정인 글은 8월 24일 합천에 가서 본 남명 조식이나, 이순신 장군이나, 의병 활동과 관련한 팩트 + 픽션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총 몇 번의 글을 올릴 것인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지금 경남도민일보와 내가 지원 받고 있는 창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프로그램 중 인턴쉽 즉 직업체험과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적어도 총 세 번의 탐방에서 15개 이상의 글을 뽑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분간 꽤 바쁠 것 같다.


나는 이미 직업이라는 개념과 돈을 번다는 개념에 대해서 너무 현실적으로 받아들었기 때문에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다는 생각이 솔직히 컸다. 나중에 합천에서 돌아온 다음 이야기를 만들 때야 아~ 내가 창작이라는 것을 하구나 느꼈고, 방금 전 막 완성했을 때는 공모전에 글을 보내는 거 만큼의 설렘이 들었다. 그러나 불안감이나 무서움 같은 것은 없었다. 공모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편하게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올릴 글은 지금 현재 9월 5일에 다 쓴 글로 장르는 소설이다. 또 다음 글은 웹툰이나 또 내가 쓴 소설? 아니면 시나리오 형식으로 될 진 모르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올릴 생각이다. 원래 이번 주 월요일까지 올리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촉박한 상황이다.


이번 기회에 내 블로그가 경남도민일보와 연결이 된다면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으흥흐읗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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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가 라디오에 나왔어요~

인턴쉽/친구들 2013.08.13 15:38

 

 

 

 

 

검정고시를 앞두고 우리 소빛 친구들의

이야기가 라디오에 나왔답니다.

공부하는 이야기부터 인턴쉽 현장의 이야기까지~ ^^

 

 

 

 

 

이렇게 공부하고 있는 소빛 친구들의 생생한 모습과

 

 

 

바리스타, 도서관사서, 헤어디자이너 등등..

여러 소빛 친구들을 만나서 인터뷰 해주셨어요~

 

라디오에 나온 우리 소빛친구들 이야기는

창원KBS 생방송 경남1부 - 7월 25일 다시듣기에서

다시 들으실수 있답니다

 

 굿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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