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에서 5월 3일까지 우리 소빛은 지리산으로 캠프를 가게 되었다. 오늘이 바로 그 첫날이다. 5월 1일 우리는 9시까지 센터 동아리 3일에서 모이기로 하였다. 모두들 제때 시간에 맞추어 왔고 선생님은 조정하기, 몇 가지 공지, 멀미약을 나눠주고 가겠다고 하였다. 공지는 우리 캠프 즐겁게 보내자! 라는 의미가 있었고, 조정하기는 혜인쌤이 쥐고 있는 연두색 종이를 차례로 집으면서 조는 정해졌다.
그리고는 멀미를 하는 사람들에게 알약으로 된 멀미약과 씹는 멀미약을 나누어 주었다. 나는 씹는 멀미약을 먹었는데, 역시나 멀미약은 먹을 때 가장 고통이 심하다. 그렇게 출발할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우리는 센터 앞에 정차되어 있는 버스로 올라탔다. 물론 버스 트렁크에 하나하나씩 짐을 먼저 실고 말이다. 차곡차곡 트렁크에 가득 넣고 버스는 출발을 하였다.
버스 안에서 시끌벅적 놀고 있다가 산청 휴게소에 들렀다. 화장실을 가고 싶은 사람들은 휴게소에 들러 볼일 보았다. 그리고 바로 점심을 먹기로 한 칠선산장에 간다며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휴게소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은 시원하고 평온한 분위기의 풍경들이었다. 나는 한참 풍경을 감상하다 도착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앉을 자리에는 이미 세팅이 준비되어 있었다.
모두들 비빔밥이라고 불평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나는 정말 마음에 든다. 밥이 나오고 봤더니 나물들이 너무 맛있어 보이는 것이다. 반찬으로 나온 간단한 김치 두 종류도 시원하니 맛있었고, 특히 바로 앞에 있는 계곡을 보니 더욱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다들 버스에서 미리 계곡에 대해 듣고 밥을 먹자마자 계곡으로 뛰어갔다. 계곡은 답사 때처럼 차갑고 맑았다.
하나 둘 바위 위에서 그저 물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웃통을 벗고 추운 계곡물 속으로 들어간 사람도 있다. 여자인 나는 그저 부럽기도 하고 뒤태가 안쓰럽기도 했다. 추운데 괜히 들어간다 싶어도 재밌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다들 손이나 발을 물에 담그는 정도로 놀고 있을 때 나는 문득 저 반대편으로 가고 싶어 큰 바위 넘어 부실해 보이는 짧은 나무다리를 건너 어렵게 반대편으로 도착했다.
반대편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바위들이 울퉁불퉁하고 불규칙적으로 쌓여 있어 돌아다니기 굉장히 힘들었다. 사진 여러 장 찍고 건너편에 우리들도 찍고 나는 다시 비틀거리며 식당 쪽으로 걸어갔다. 계곡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닌 탓에 나는 지친 몸으로 잠시 버스에 쉬도록 하였다. 바로 앞에 화장실을 나와 다시 버스에 들어가려고 하니 선생님이 계곡에서 단체 사진을 찍자고 하신다. 역시 이런 곳에 오면 단체 사진이 필수인 듯싶다.
계곡에서 한바탕 놀고 우리는 다시 버스에 탑승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출발해서 지리산 국립자연휴양림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였다. 그래도 관리소에서는 일찍 들어가도 된다고 하여 얼른 들어가 우선 짐 정리부터 하였다. 크고 선생님의 지휘가 필요한 짐들은 선생님들 방에 두었다. 그 때문에 방아 좁아져서 선생님 몇 분은 여자 방에서 자기로 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여자 방에 두었고, 다른 거 자잘한 것들은 남자 방에 넣었다.
여자 방에 넣은 까닭은 여자 방에서 대부분 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짐 정리를 한 후 나는 우리들의 숙소를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숙소 사진이야말로 캠프를 끝난 후 가장 이 날들을 떠올리기에 좋은 사진들이다. 주방, 화장실, 여자 방과 남자 1방에 있는 작은 방 하나, 각각의 방들, 냉장고 안, 특별한 가구 등 다양하게 찍었다. 그렇게 한참 찍고 멀미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잠을 자려고 하는데 여자란 얼마나 수다스러운 가 여자 방이고 선생님들 방이고 잘 곳이 없어 헤매고 있을 때 진숙이 쌤이 밖에 나가자고 하신다.
진숙이 쌤과 함께 휴양림을 돌며 잠깐 산책을 하였다. 진숙이 쌤은 곳곳에 보이는 꽃들을 보며 어떤 꽃이다 어떤 나무다 그러시며 알려 주셨고, 나는 답사 때 봤던 흔들다리나 여러 별채, 야영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괜히 예민했던 신경이 풀려지고 머릿속이 편안해 졌다. 그렇게 산책을 하고 돌아왔더니 어느새 저녁시간! 닭도리탕을 하겠다던 영태오빠가 소매를 걷어 올렸다.
먼저 닭의 핏물을 제거한다고 물에 담구고 몇 명은 도와준다고 어설프게 야채를 썰었다. 핏물을 제거한 닭은 냄비에 올려 물에 삶았고, 영태오빠는 집에서 한다는 양념장을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기름이 둥둥 뜨고 양념을 풀은 국물의 맛은 스프 덜 넣은 라면 맛인 것이다. 영태오빠가 많은 양을 하게 되면서 쇼크를 먹은 표정으로 난처해하고 있다. 나는 배가 차도록 국물 맛을 보았는데, 아무리 해도 이번 분명 스프 덜 넣은 라면 맛이야! 라고 느껴졌다.
결국 탕이라는 것을 해본 경험이 없어 옆에 계시던 진숙이 쌤한테 조언을 부탁했다. 그래서 양념장을 더 만들어 적었던 간장을 더 넣고 기름은 숟가락으로 얼른 건져내며, 국물이 너무 많아 빼고 넣고를 반복해서 드디어 닭도리탕을 완성했다. 완성을 하자 어슬렁어슬렁 먹을 찾아 기어가는(?) 하이에나처럼 여자 방으로 모두 모였다. 한 젓가락씩 들고는 맛있다고 한다.
아마 나에게 닭도리탕이란 이번 닭도리탕의 모습으로 기억 될 것 같다. 뭐든 첫 경험이 제일 기억에 남는 편이니깐, 그리고 그 만큼 맛있었다고 기억을 하겠지 나는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들의 첫 식사를 끝난 뒤 식사조는 설거지를 활동조는 담력훈련을 준비한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누구는 귀신 분장을 할 생각인가 보다. 그 분장과정은 활동조의 철저한 통제로 볼 수가 없었지만, 곧이어 내리는 비로 우리는 밝고 훤한 실내에서 고양이 남자 귀신을 보았다.
비는 그래도 소나기였다. 잠시 내리더니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가 그치기 전 활동조는 실망감과 망신에 얼른 얼굴을 지웠고 고생했는데, 아쉽게 되었다. 나또한 분장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워 하다가 피땀 흘리며 그린 분장을 아우성대며 지우는 모습을 찍었다. 나도 지우는 걸 보니 너무 아쉬워서 비가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담력훈련이 무산되자 우리는 여자 방에 모두 모여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을 하였다.
귀신놀이, 구구단, 프(후)라이팬 놀이 등 하였고, 특히 동그랗게 앉아서 하는 게임은 벌칙으로 휴지로 꾸며주기를 하였다. 여기서 꾸며주기란 정 반대의 의미라고 보면 된다. 휴지가 코로 들어가고 귀로 들어가며 재미있는 벌칙에 모두들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참을 웃고 떠드느라 허기진 배는 은정쌤의 특별 야식 떡볶이와 라면으로 채우게 되었다. 몇 몇은 내일 하늘로 둥둥 뜰만큼 부은 얼굴을 보겠다며 웃었다.
그렇게 먹고 나는 12시 반 쯤에 잤다. 대부분은 1시 넘어서 잤다고 하는데, 그 만큼 더 놀았나보다. 이 날은 정말 휴양관과 우리 모두가 급속도로 친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직 어색한 사이들도 있지만, 게임을 하면서 웃고 떠들고 야식을 먹기 위해 자연스레 주방을 사용하면서 휴양관도 내 집처럼 익숙해지고 모두와 얼굴 맞대고 웃을 만큼 친해졌다. 2일은 보물찾기와 체육대회, 그리고 대망의 삼겹살 파티가 있다. 그 날의 기대만큼 기사도 기대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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