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창원에 눈이 막 녹아 없어질 무렵, 나는 블로거 팸투어를 가게 되었다. 나에게 블로거 수업을 해주셨던 김훤주기자님께서 노미애선생님께 말씀해주시고 그 말씀을 나에게 해주시면서, 관심을 가지고 이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블로거라고 쳐주기에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내 블로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이렇게 팸투어를 갈 기회를 주신것에 매우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적어도 떨리고, 설레어하며 전 날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만 같았는데, 설레어 하는 마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그 날 일찍 일어났다. 15일 아침 9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는 마산역 근처에 있는 아리랑 호텔 앞이었다. 나답지 않게 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나니 시간이 촉박해져서 아버지 차를 얻어 타고 겨우 9시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리랑 호텔 주위를 서성거리며 그 모임에선 김훤주 기자님만 알기 때문에 김훤주 기자님만 찾고 있다가 멀리서 경남도민일보 차 트렁크에 열심히 짐을 나르고 계시는 키 큰(!) 김훤주 기자님을 찾을 수가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하고 나지막하게 불렀더니 김훤주 기자님께서 아저 은희야~ 이렇게 반겨주셨다.
그러고는 경남도인일보 차 뒷문을 여시면서 좁지만 뒤쪽에 타야겠다며 좁으면 옆으로 앉아서 다리피고 있어라 하셨다. 시원하게 뒷문을 열었더니, 나와 또래로 보이는 청소년 두 명이 앞에 앉아 있었다. 아 나 외에 두 명이 더 온다 던데 그 사람들이구나, 하면서 정신없이 뒤쪽으로 들어갔다. 순간의 정적이 너무 길게 느껴질 때 이목구미가 뚜렷하게 생기신 여자 분께서 들어와 종이와 수첩, 그리고 간식으로 먹을 떡과 물을 주셨다.
그 분은 아침 일찍부터 감기에 드셔있었는데, 우리들이 청소년이고 열심히 글 써줬으면 좋겠다 이리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다시 나가시는 바람에 다시 또 정적이 찾아왔는데, 그 순간 앞에 있는 한 언니가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였다. 물론 학교를 어디 다니고 있나 라는 질문이 있었고, 나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말을 해 주었다.
나에게 여러 질문을 해 주어면서 자신의 나이도 말해주며 붙임성이 좋아 보이는 언니는 허재희라는 언니이다. 나와 한 살 차이인 이 언니는 마산 제일여고에 다니며 2년 동안 “유별한 첫째”라는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고 한다. 나는 그 순간 노미애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사람들 중 한명이라고 떠올랐다. 그 옆에 있는 남자아이는 이건호라는 아이인데, 나와 동갑이라고 한다. 왠지 오랜만에 동갑을 만나서 반말이 어색하지만, 그래도 그 오랜만이라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워낙 주위에 언니 오빠들만 있어서 존댓말이 버릇이 되었지만, 천천히 건호에게 반말을 하도록 하였다. 우리끼리 작게나마 대화를 하는 시간동안 트렁크에 짐을 모두 옮기 신듯 보였고, 드디어 김훤주 기자님께서 딱 운전석에 앉고 출발을 하셨다. 트렁크와 가까운 좁은 뒷자리에 앉아서 불편하다고 느끼겠지만, 가는 네네 좋기만 하였다.
피곤함에 잠까지 잘 정도로 아늑한 것이 어디 기댈 곳도 많아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잠시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산청의 한 휴게소에 있었다. 나는 휴게소에 들리게 되면 일단 급하지 않더라고 화장실을 가는 것이 철칙이라 바로 화장실로 직행하였다. 같이 나간 재희언니와 건호는 서로 아는 사이라서 몇 말을 나누며 가고 있었고, 재희언니가 나는 챙겨주는 듯해 보였다.
화장실에 짧은 볼일을 보고(;;) 바로 차에 타 다시 목적지를 향해 가였다. 나는 그 짧은 시간동안에 잔 것이 효과를 보아서 목적지까지 눈을 부릅뜨고 차 밖을 구경하였다. 어떻게든 멀미를 모른 척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차안의 고요함 속에 멀미를 뿌리치기 위한 몸부림은 뒷자리 구석에서 열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멀미가 내 관자놀이를 사정없이 짜 주었을 때 내 입은 자물쇠를 건 마냥 말이 없어졌다. 주위 관광은 저리도 아름다운데 몹쓸 멀미 때문에 첫 일정에 타격을 꽤나 주었다. 블로거 팸투어의 첫 일정은 버스를 타고 유림과 용유담, 마천을 지나 마지막으로 추성 골짜기를 구경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그 버스가 함양의 군내버스라는 점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김훤주 기자님의 말씀에 따르자면, 이 군내버스만큼 황금노선은 없다며 시내버스를 관광버스 화 하자는 취지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도 충분히 시내버스를 타고도 어느 곳이든 관광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시내버스는 정류장에 내리고 사람이 타고 하기 때문에 도착을 하는데 여유가 있다는 점이 나는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번은 군내버스라는 것이 나에게 신기함을 주었다. 어릴 적에 한 번 군내버스를 타 본적은 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 한 것이 기억도 나질 않는다. 나는 이렇게 정신 말짱하고 인생의 절정을 향한 길목인 청소년 시기에 군내버스를 타고 관광을 해 본 경험이 생긴다는 것이 매우 기분이 좋다. 그렇게 군내버스는 왠지 불안함(?)을 안고 출발을 하였다.
우리가 와서 인지 군내버스는 꽤 차 있었다. 그래도 우리 일행 말도고 군내버스를 이용하는 다른 손님들도 많았다. 다른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군내버스 안에서 설명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팸투어가 끝나갈수록 아 박사아저씨라고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함양에 대해 잘 아셔서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시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해딴에의 박영주 선생님은 군내버스 가운데 서서 우리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다. 함양은 우리가 잘 모르는 여러 가지 비운의 역사들이 있었다. 특히 말하자면 6.25전쟁 때 이었는데, 북한 인민군들이 함양의 산속에 숨어 있다가 그 원래 마을 주인들까지 간첩으로 오해받아 몰살을 당한 것이다. 나도 몇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간첩으로 칭한 이유를 들어 보니 내 입에서 헛소리가 날 만할 이유였다.
인민군들에게 먹을 것을 대주었기에 몰살을 당한 것도 못 됬다고 보는데, 혹시 미리 할까봐 죽인 것에 대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이런 비운의 역사도 어찌되었든, 함양의 한 역사중 하나이기 때문에, 함양을 오면 다시금 기억날 수 있도록 뇌 속에 확실히 박아두었다. 역사 이야기가 지나 한참을 강과 마을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군내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는 참 많은 마을이 있었다. 서주마을, 한남마을, 백연마을, 원정마을 등 마을이 참 많아 그 마을이 어떤 마을 인지도 기억 안 날 만큼 많았다. 그래도 시원하고 거세게 흐르는 강을 보면 몸은 추운데 마음은 시원시원한 것이 통쾌해 보였다. 안 그래도 차를 타고 오래 달려서 멀미가 나 있던 터라 정신이 없는데 버스까지 등장하는 바람에 창밖을 소리 없이 묵묵히 본 것이 지금 그 날의 느낌을 쓰기에 어쩌면 좋았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불안한(?)군내버스를 잠시 내려 휴식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참 재밌는 부분을 찾았다. 우리가 탄 군내버스만 그런 건지 군내버스는 정말 불안하고 재밌는 모습을 가졌다. 손님이 내리면서 문을 열면 다시 문을 닫고 정상적으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군내버스는 손님이 내리면서 버스도 같이 정신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문을 여 닫으면서 버스 시동이 끊어 진 것이다. 그렇게 귀여운 버스는 다신 볼 수 없을 것이다. 불안한(?)버스도 같이 휴식을 취하고 버스에 타고 있던 팸투어 일행들도 내려 휴식을 취했다. 만사 귀찮은 것이 주위를 몇 번 찍다가 나는 그냥 버스에 올라탔다. 얌전히 앉아서 관자놀이를 풀어줄려고 말이다.
하지만 관자놀이가 조금 느슨해 졌다 싶을 때 버스가 출발을 하였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나서 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종점에는 우리가 탄 버스 한 대가 덩그러니 놓아져 있었고, 주위에는 휑한 것이 힘이 남아 돌때 뛰어 놀기 참 좋아보였다. 하지만 아쉽지만 주위에 눈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뛰면 바로 넘어 질 것이 눈앞에 선하기에 얌전히 걸었다.
그렇다 절대 체력이 금방 바닥이 나서 놀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얌전이 걷다보니 주위의 풍경들을 카메라 속에 담을 수가 있었다. 버스를 타며 찍지 못했던 멋있는 소나무도 찍고, 이렇게 넓은 곳에 햇살을 받으며 홀로 서있는 버스의 모습도 찍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너무 감성적인 사진을 찍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는 드디어 점심 식사를 하였다.
점심으로는 오랜만에 닭도리탕을 먹었는데, 이때 나는 팸투어 내내 먹을 복이 터진 줄 몰랐을 것이다. 내 앞에 있는 닭도리탕이 너무 맛있어서 무조건 집어먹다가 금방 배가 차서 젓가락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옆 테이블처럼 싹싹 긁으며 먹을 만큼의 빵빵한 배가 아니란 것이 한탄스럽다. 닭도리탕을 열심히 먹고 배를 가득 채운 뒤 우리는 벽송사와 서암정사 두 곳을 보게 되었다.
벽송사와 서암정사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하자면 내 십이지장 쯤에 꿍쳐둔 금방 전에 먹었던 닭똥집을 다시 도로 나오게 할 만큼 내 머릿속을 탈탈 털어 주어야 한다. 내 머릿속은 많은 내용들로 가득 차 있기에 다음 글에서 벽송사와 서암정사를 이야기해야 싶다. 다음 글은 나의 학생다움을 보여주어야 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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